KT렌탈 인수, 미개척 중고차 시장 선점 교두보 되나
입력 2014.09.23 08:30|수정 2015.07.22 15:11
    중고차 시장 대기업 참여 확대 전망…물량 확보가 가장 중요
    렌터카 1위 지위 자체가 강점…고품질 물량 안정적 확보 가능
    • [09월19일 09: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렌탈 인수를 통해 렌터카 수위 자리 확보는 물론 산업화되지 않은 중고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품질의 중고차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업계 1위 사업자라는 점이 근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렌탈 매각자 측은 조만간 티저레터(Teaser Letter) 발송을 시작으로 매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네트웍스·GS·롯데·SFA·한국타이어·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 등 전략적투자자(SI)를 비롯해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이들이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는 렌터카 사업에서 확실한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렌터카 사업도 매력적이지만 그에 부수해 중고차 매각 수익 증대, 더 나아가 중고차 시장 영향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선 연간 30조원대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 대수는 이미 신차의 2배를 넘어섰고, 규모 역시 40조원대인 신차 시장과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는 더디다.

    •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제조사와 별개로 판매대리점이 신차 및 중고차의 유통을 맡는다. 신차를 팔 때부터 중고차를 다시 확보해 유통할 가능성이 큰 구조다. 경매나 온라인 매매 시스템도 활성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유통까지 맡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 진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직거래를 제외하면 서울 장한평, 가양동 등 대형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4000곳 이상의 매매상사와 3만명 이상의 매매딜러가 이 시장에서 활동한다.

      지난해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시장 참여·확대가 쉽지 않다.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소비자에 중고차를 매각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데 그마저도 당분간 늘어나기 어렵다. 중고차 경매 사업에도 진출해 있지만 전체 중고차 판매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4%선에 그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여전히 레몬마켓(Lemon market)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영세하고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소비자가 가지게 되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산업화를 통한 시장 개선 여지가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기업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온라인 판매 채널의 확대로 정보의 비대칭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자동차 경매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고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기간도 2016년 2월이면 완료된다.

    •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이 아직 산업화할 여지가 많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시장 확대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 참여할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매매단지 중심에 온라인 매매가 결합된 형태가 되든, 해외처럼 경매장이 활성화 되든 결국 대기업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KT렌탈 인수는 중고차 시장 영향력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KT렌탈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10만7015대의 차량을 보유해 시장점유율 26.0%를 기록했다. 이중 수익성이 좋은 장기렌탈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차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매집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KT렌탈은 10만대라는 물량 자체가 힘”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KT렌탈의 캡티브 마켓(전속시장) 물량 확보가 중고차 시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렌탈 계약은 대체적으로 3년을 기준으로 이뤄지며 이후 차량을 회수해 매각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KT렌탈 인수 시 매년 3만대가량의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 KT렌탈이 올해 3월 개장한 안성자동차경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물량 확보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이르는 사업구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 굳이 최종 소비자에까지 이르지 않고 중간 단계에서 중고차 물량 공급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더라도 수익성이 기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렌탈 차량의 경우 단기렌탈에 비해 차량 가치 하락 속도가 늦고 매각 전의 사용자 기록을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어 단기렌탈 차량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T렌탈의 보유 차량 및 중고차 매물이 늘어나는 한편 장기렌탈 비중도 높아 안정적인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규모의 경제로 낮은 가격에 신차를 인수할 수 있고 감가상각 속도도 늦어 장부가 이상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