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베팅 현대車, 경영권 승계 위한 '코드 투자'?
입력 2014.09.25 10:14|수정 2015.07.22 09:32
    올 들어 승계 악영향 규제 잇따라 도입
    '규제 대응 위한 그룹 차원의 성의' 분석…정 부회장 승계에도 도움
    • [09월22일 15:5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부지에 10조원을 베팅한 현대자동차그룹의 결정이 결국 차세대 오너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을 위한 '코드 투자'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 현대차는 이번 거래를 통해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업에 숨통을 틔워주며, 최소한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공기업 부채와 세수 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현 정부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되는 셈이다. 다가올 '정의선 시대'를 위해 현대차가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두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차세대 오너인 정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분 중 유의미한 지분은 글로비스(31.88%)주식 뿐이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발걸음도 떼지 못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올 들어 승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새 규제가 잇따라 도입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난 2월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며 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7월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가 적용됐다.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신규출자 불가 등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을 감수하고 있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모비스 지분 취득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규제 이슈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베팅에는 부동산 가치와 함께 정부와의 관계 등 여러 사안이 함께 고려됐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이를 정부를 향한 '코드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규제 이슈에 대응하려는 그룹 차원의 성의'라는 해석 외에도, 이번 한전 부지 매입은 여러 관점에서 결국 정 부회장을 위한 투자라는 풀이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9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0%를 넘어섰고, 기아차 역시 2~3년내에 해외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접근성이 좋은 서울 한복판에 컨트롤 타워가 될 통합사옥을 짓는 데 우호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새 사옥은 '글로벌 그룹'을 이끌 '정의선 시대'의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 단기적으로는 이번 부지 매입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거란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의 건설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그룹이 통합사옥 건설에 4조~5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건설 계열사에도 상당한 수혜가 갈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상 그룹에서 중요한 위치의 회사는 아니다. 정 부회장은 기업가치가 상승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발판삼아 모비스나 현대차 등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사라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상장이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