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배당도 성장도 기대 어렵다" 기관·외국인 투매
입력 2014.09.26 14:21|수정 2015.07.22 09:32
    일주일간 외국인 90만주·연기금 60만주·투자신탁 50만주 순매도
    '그러면 그렇지' 실망 심리…현대차 시총만 6조 증발
    • [09월24일 15: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자동차에 대한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실망이 주식 투매로 나타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10조원 투자 이후로는 배당도 성장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한전 부지 낙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 이후 일주일간 2만6500원, 12% 급락했다. 시가총액 6조원이 증발했다. 하락을 이끈 건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이 기간 국내 기관은 140만주, 외국인은 90만주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총 거래랑 738만여주의 30%가 기관과 외국인의 투매였던 것이다.

      매도 주체는 다양했다. 이 기간 연기금 및 공제회가 60만여주, 보험사가 25만주, 투자신탁운용이 50만주를 내다팔았다. 아직 매각한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매물을 내놨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현대차 지분 0.44%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8.02%로 늘린 국민연금이 지분을 팔았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 기관과 외국인이 현대차 주식을 앞다투어 던진 까닭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부에 쌓아두기만 했던 현금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했다는 실망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구체화하며 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았다.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의 개별재무제표 기준 장부상 이익잉여금이 39조원, 내부 보유 현금(단기금융상품 포함)이 17조원에 달해 단기간 임금인상이나 투자로 해소하기 어려운만큼 배당을 늘리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현대차가 그룹 차원에서 한전 부지에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며 이런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을 매입하며 자금을 소모하기 때문에 굳이 배당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 배당을 올린다 해도 지난해보다 50~100원 오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전부터도 '짠물 배당'으로 유명했다. 2004년 이후 10년간 현대차의 배당금 총액은 3조72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 대비 평균 13%를 배당에 썼다. 벌어들인 돈의 10분의 1만 주주 몫으로 돌린 셈이다. 연말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최근 5년간 0.8%대에 그쳤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는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기아차와 모비스도 순이익 대비 10%안팎만 배당에 썼고, 연말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도 0.5~1%에 그쳤다.

      한 기관 투자 담당자는 "현대차의 배당은 결국은 의지의 문제"하며 "주주들은 버는 돈의 20~30%를 배당할 것을 바라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에 부응하지 않았고 이번 부지 매입으로 부응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고조됐던 배당 기대감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실망 심리로 무너지고, 설비가 아닌 부동산 투자에 따라 성장 기대감마저 흐려지며 주가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향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에 대해 "당장의 배당도,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장기투자 가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