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신용등급 강등 피했지만 고민은 '여전'
입력 2014.09.30 08:30|수정 2014.09.30 08:30
    조선업계 줄줄이 강등 속 등급 유지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효과 단기적 부정적 전망
    • [09월24일 10: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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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설비(제공=삼성중공업)

      지난주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등급 강등 속에서 삼성중공업의 등급은 유지됐다.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안정성이 낫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종합중공업업체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 '통합' 삼성중공업의 플랜트 설계능력은 여전히 부족해 외형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큰폭의 실적저하 ▲운전자본부담으로 인한 차입부담 증가 ▲해양플랜트부문 사업리스크 확대 ▲수주환경악화 등에 따른 손익 및 현금흐름의 구조적개선 지연 전망 등 악재로 둘러싸여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런 이유를 들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떨어뜨렸다. 이에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고 현대오일뱅크 핵심 3인방을 복귀시키는 등 인사를 통해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다행히 신용등급 강등에선 벗어났다. 올 들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2건의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와 관련해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아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손익 저하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에 비해 우량한 재무건전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도 안심할 수는 없다. 손실 발생 해양프로젝트들의 공정율이 낫은 수준이라 언제든지 추가 손실이 발생해 등급 강등 압박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중공업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1일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시공능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EPC(설계·구매·제작) 분야를 합쳐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합병 발표 직후 국내 증권가는 일제히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하나대투증권은 "삼성중공업와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양분야에서 기본 설계능력이 없다"며 "이는 한국 해양산업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업체끼리 합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중공업이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수주해 외형이 커졌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으로 양적 규모를 늘려도 질적 성장이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도 "육상과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공통분모는 일부 주요부품에 국한돼 있는 등 시급한 구조적 결합만 했다"며 "향후 시너지를 찾겠지만 앞으로 2년 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두 회사 모두 저가수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의미 있는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업황을 감안하면 수주확보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일본 노무라금융투자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난 1분기 주요 충당금을 설정한 이후 실적 개선을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합병으로 인해 이익 가시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당장 합병법인은 늘어난 재무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무차입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했지만 2013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500%가 넘는다. 2014년 6월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12.8%(연결기준 225.6%)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하게 되면 단순합산 기준 부채비율은 247.5%(연결기준 270.0%)로 올라간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실적악화와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합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향후 합병 시너지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경우 재무부담이 더 커져 다른 조선사들처럼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적으로도 고민이 깊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법인 이름을 사내공모 등을 통해 새로 짓겠다는 뜻을 밝힌 것 역시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고심을 반증한다.

      육상플랜트와 해양플랜트의 결합을 통해 종합플랜트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역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부족한 설계능력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통해 설계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회사 모두 설계역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순 합병으로 이를 키우기는 불가능하다"며 "커진 외형에 맞춰 설계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기업 인수합병(M&A)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합병법인의 덩치에 맞는 설계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설계능력 부족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만 더 커져 해외 대형 엔지니어링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