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 대표는 1년짜리? 매번 실패하는 권성문 회장의 용인술
입력 2014.10.01 08:28|수정 2014.10.01 08:28
    호바트 대표ㆍ강찬수 부회장 등, 모두 1년만에 논란거리 남기며 사임
    김윤모ㆍ박재완 대표도 1년여만에 떠나…PE 내부에서는 층층이 의사결정구조
    수년째 잦은 변화에 올드 보이들은 상당수 퇴사…"앞으로 누가 KTB에 가겠느냐"
    • [09월30일 14:2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증권업계로 돌아왔던 강찬수 부회장마저 KTB투자증권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정확히 딱 임기 1년만이다.

      투자업계에는 "또 바뀌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레 KTB 권성문 회장에게로 향한다. 화두는 용인술의 부재다.  

      따져보면 KTB는 'PEㆍVC'에서 '증권회사'로 탈바꿈한뒤 반복해서 이런 일을 겪었다.

    •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매번 비슷한 패턴이다. 업계의 '스타'로 불리거나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인사가 대표이사로 초청된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내 토종 투자회사의 본산(本山)임에도 그만한 지위를 누리지 못했던 KTB를 아시아 리딩 투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불과 1년만에  '뒷얘기'만 잔뜩 남겨두고 초청 받은 인사가 훌쩍 회사를 떠난다.

      시작은 2008년 호바트 엡스타인(Hobart Lee Epstein) 대표다.

      권성문 회장은 그해 3월 당시 동양종금의 호바트 엡스타인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다. 준비하고 있던 종합 증권업 라이센스 획득을 대비, 증권사를 키워낼 인사로 선택했던 것. 알려진대로 엡스타인 대표는 골드만삭스 아시아 이사를 거쳐 2005년 9월부터 골드만삭스의 한국지사 대표를 역임한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60만주가 넘는 스톡옵션도 부여됐고, 본인 또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KTB를 선도적인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엡스타인 대표는 1년만에 KTB를 그만뒀다. 그리고 전 직장이던 동양종금증권으로 곧장 복귀했다. KTB의 임원 일부도 엡스타인 대표를 따라 동양으로 옮겼다. 시장에서는 '권 회장과의 불화설'과 '외국계와 국내 회사의 조직문화 차이' 등이 언급됐다.

      이 시기, KTB에서는 인력 엑소더스도 이어졌다. USBㆍCSFBㆍ바클레이즈 등에서 KTB를 찾아왔던 해외파 인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거 회사를 떠났다.

      이때부터는 주원 당시 KTB증권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KTB 전면에 나선다. 이후 5년간 '펀 경영'(Fun)을 강조하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주 대표의 무던한 성격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주 대표도 지난해 8월 사임한다. 일각에서는 사임 이유로 그 무렵 발생한 KTB증권의 코스피200지수 선물 주문실수 사고 손실 책임이 거론됐다. 하지만 주변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권성문 회장이 주 대표에게 사임을 종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무렵 KTB가 아이엠투자증권 IB사업부 인력 20명을 한꺼번에 영입한 것을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어수선한 KTB를 다잡을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가 '조지 소로스의 적자'로 불리는 강찬수 부회장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이후 KTB 내부 사업부 개편과 부서폐지,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강 부회장마저 4개월간 제공된 13억원이 넘는 보수와 파격적인 대우를 모두 버리고 1년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 같은 일은 비단 KTB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KTB PE부문에서도 반복됐다.

      KTB는 2012년 초 PEF 사업부문을 증권에서 떼내 분사시키며 김윤모 전 솔로몬투자증권 대표와 권재완 공무원연금 전 자금운용본부장을 PE부문 수장으로 초대했다. 이들은 각각 KTB PE의 부회장과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 무렵 KTB PE는 웅진코웨이 등 여러 거래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한창 주목받던 이들 역시 오래지 않아 KTB를 떠났다. 역시 실질적인 재직기간은 약 1년 정도다. 

      뒤를 이어 외환은행 출신인 박제용 부회장이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KTB PE를 지휘하고 있다. 이러던 상황에서 권 회장은 윤영각 전 삼정KPMG회장의 영입을 시도했다. 이미 파인스트리트그룹이라는 투자 회사를 만든 윤 회장을 PE업계로 데려오는 일 자체가 화제가 됐다. 동시에 "윤 회장에게 얼마만큼의 회사 지분을 줄 것이냐"가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수개월의 논란 끝에 윤 회장은 파트너 지분 없이 KTB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KTB PE는 다시 주요 경영진으로 김은수 전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몇차례에 걸친 경영진 영입으로 KTB PE는 소수 전문가로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사모펀드 운용사이면서도 권성문 회장 - 윤영각 회장 - 박제용 부회장 - 김은수 부사장이라는 복층(?)의 의사결정 구조(hierachy)를 보유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사이. 과거 KTB네트워크 출신인 이른바 KTB의 '올드 멤버'들 상당수는 회사를 떠났다. 에버베스트파트너스, SG PE, 케이스톤 파트너스,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이 전부 KTB를 떠난 핵심인력들이 세운 회사들이다. 일부 인력들은 KB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활동 중이다.

      오죽하면 "지난 5년간 KTB 출신들이 만들거나 참여한 회사가 10개는 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퇴사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거론되지만 인사정책의 혼재가 중요 원인이라는게 복수의 관계자들이 내놓은 응답이다.

      KTB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와 어수선한 인사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평가가 나온다.

      당장 나오는 얘기는 "이제 누가 KTB에 가려고 하겠느냐"는 평가다. 대표이사 자리에 가봤자 또 1년만에 뛰쳐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뜻.

      자연스레 권성문 회장이 도마위에 오른다. "힘들게 모셔온 인사들에게 조직관리를 완전히 맡기지 않고 사소한 일도 일일이 챙긴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어쨌든 "선굵은 결정이나 믿고 맡기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는 언급이 공통적이다. "해외에서 대학을 나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스펙 좋은 이들만 선호한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매번 이런 일들이 벌어질때마다 각각의 이유나 상황이 따로 있었을 것이란 반응도 없지 않다. 반드시 불화설이 원인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거의 매번 경영진들이 1년 만에 KTB 대표이사직을 박차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불화설이든, 다른 원인이 됐든 무관하게 권성문 회장의 용인술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투자업계 관계자들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