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딜레마에 빠진 LG생활건강
입력 2014.10.13 09:00|수정 2014.10.13 09:00
    [Weekly Invest]
    M&A 필요성에도 글로벌 업체 인수 가격 부담
    향후 글로벌 화장품 업체 인수 가능성 높아
    • [10월05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LG생활건강이 인수 합병(M&A) 딜레마에 빠졌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가 절실하나, 막상 M&A에 나서자니 마땅한 매물도 없고 비싼 가격도 문제다. 올해 상반기 진행한 미국의 화장품 업체 엘리자베스아덴(Elizabeth Arden) 인수 무산은 LG생활건강의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줬다.

      업계 내에선 LG생활건강이 결국 M&A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할 M&A가 더 중요할 것이라는 견해다. 성장이 정체된 시점에서 어떤 업체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느냐, 내수소비재 업체로 남느냐가 갈릴 것이란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은 최근 10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5년 9678억원 수준이던 연간매출액은 지난해 4조3263억원으로 4배 이상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4억원에서 4964억원으로 7배가량 증가했다. 자산규모도 10년 사이 6배 증가해 올해 2분기 기준 3조7648억원을 기록했다.

    • 이런 성장의 밑바탕에는 M&A가 있었다. LG생활건강은 M&A를 통해 쉼 없이 성장 페달을 돌렸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 및 2011년 해태음료 인수로 음료시장에 진입하였으며, 2010년엔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며 저가 화장품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12년 이후로는 긴자스테파니(Ginza Stefany), 에버라이프(Everlife)를 인수하며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LG생활건강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이렇다 할 M&A 부재 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엔화약세에 따른 일본 사업 부문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실적 상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이던 매출액은 올해 1분기·2분기에는 각각 5.2%와 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따른 리스크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퇴임설이 올해 초부터 제기되고 있다. 차 부회장이 현재의 LG생활건강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회사 안팎으론 차 부회장 퇴임 여부에 관해 관심이 높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에 차 부회장에 대한 프리미엄은 없다”며 "하지만 10년간 여러 방면으로 사업확장을 해 놓은 차 부회장이 물러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 방향에 대한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LG생활건강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내수시장만으론 더는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이다. 올해 상반기 추진한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이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으나, 인수가 무산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록 엘리자베스아덴 인수가 실패로 끝났지만, 업계 내에선 다음 M&A 대상도 글로벌 화장품 업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음료·생활용품 사업으론 해외에서 차별화가 힘들고, 해외진출을 원하는 LG생활건강으로선 글로벌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업체 인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특히 화장품 부문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연구 개발(R&D) 능력에선 다른 아시아 국가 업체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들다는 평가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인 설화수 이니스프리 에뛰드를 중국시장에 내놓으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시장의 경우 화장품 시장이 열리는 단계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인수에 이르기까진 가격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M&A 시장이 활황세다. 매물로 나온 해외업체의 가격도 높아진 상황이다. 엘리자베스아덴의 경우도 브랜드 인지도 대비 1조원이 넘는 높은 가격으로 인수가 무산됐다.

      업계 안팎에선 신규 M&A가 LG생활건강의 미래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회사의 규모가 커져 국내 중소형 M&A를 성장동력으로 삼기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규 M&A의 성패에 따라 LG생활건강이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느냐가 결정된다는 시각이다. 해외 업체 인수는 국내 업체 인수와 달리 인수 후 조직 통합이나 관리가 어렵다. 비싼 금액을 지급하고 인수한 회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수익 실현을 하는지가 LG생활건강의 M&A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화장품 분야에서 R&D 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면 해외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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