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액만 있지 세부적인 계획 無
3년에 걸친 투자 감안 시 통상적인 투자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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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9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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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부지 항공사진(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금을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15조원이라는 규모도 규모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통 큰 투자 계획에 대해 정부나 현대차그룹을 의식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평택에 역대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고덕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현재까지 제시된 계획은 평택고덕산업단지(85만5000평) 내 23만8000평을 먼저 활용해 인프라 시설과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2017년까지 완공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장을 짓기 위한 기본 인프라 투자에만 5조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공장 및 반도체 시설 도입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최소 10조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부지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우선으로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15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투자하는 사업이니만큼 핵심 역량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공장을 꾸릴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부지규모가 크다 보니 추가로 연구소와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 이런 추정이 나오는 것은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만 있지, 그 안에 어떠한 시설이 들어가는지조차 나와 있는 게 없어 추정만 할 뿐이다.
구체적인 생산 계획이 없으니 반도체 공급과잉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대표적인 시황 산업 중 하나라, 자칫 공급과잉은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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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증권사 연구원들은 공급과잉 이슈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심의 과점 체제가 굳혀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공급을 의도적으로 늘려서 가격을 하락시킬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누구보다 공급과잉이 이뤄지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지 아는데 굳이 나서서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계획이 없는 것을 놓고 삼성전자가 시황 변화에 따른 유연함을 가져가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구체적인 증설 계획을 밝히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증설함으로써 공급과잉 문제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밝힌 15조원이라는 숫자가 정부나 현대차그룹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조원을 쏟아 부으며 삼성전자를 물리치고 한전부지 매입에 성공한 현대차그룹과 투자 촉진을 원하는 정부를 의식해서 15조원이란 투자규모를 서둘러 발표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세부적인 계획도 안 나온 상황에서 15조원 이란 숫자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라는 견해다. 삼성전자가 통상 반도체 부문에 연간 시설투자(CAPEX)에 10조원을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에 걸친 이번 투자액은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사업의 다른 부문의 투자 규모를 조절한다면, 통상적인 투자 수준 이상의 대규모 투자라고 하기까진 다소 과장됐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규모를 감안하면 그리 큰 규모의 투자는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5조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함으로써 이것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를 알리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일정 부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