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한국씨티은행…하영구 후임 인사에 '주목'
입력 2014.10.22 10:59|수정 2014.10.22 10:59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KB 회장 출사표에 사의 표명
    수익성 악화·노사갈등·금융권 인사태풍 피해 15년간 은행장직 유지
    씨티그룹 몸집 줄여줄 외부인사 내정 가능성도 거론
    • [10월22일 10:1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국씨티은행을 대표하는 인물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하영구 행장의 뒤를 이어 누가 한국씨티은행의 수장이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은행 내 수석 부행장급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씨티그룹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하영구 행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마땅한 내부 인사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씨티그룹이 국내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어 이를 원만히 정리할 외부인사가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15년간 한국씨티은행을 이끌어 온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이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하면서, 지난 14일 은행장직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하 행장은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이 발표한 4명의 압축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며 선출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KB금융지주는 이날 4명의 후보와 개별 면담을 가진 후 최종 1명을 선출한다.

      씨티그룹이 최근 한국 소비자 금융(Consumer finance business) 철수를 발표한 데 이어 하영구 행장까지 회사를 나가겠다고 하자 한국씨티은행 임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영구 행장은 지난 2001년 5월, 씨티은행의 전신인 구(舊) 한미은행 시절부터 약 15년간 자리를 지킨 한국씨티은행의 얼굴인 만큼 직원들의 실망감은 배가됐다.

      씨티그룹 한 임직원은 "수년째 한국씨티은행이 수익성 악화를 거듭하고, 씨티그룹이 국내 캐피탈사 매각 등 소비자 금융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장이 사퇴를 결심함에 따라 직원들의 실망감이 큰 상태"라며 "행원들 사이에서는 '침몰하고 있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뛰어내린 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그룹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14일,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글로벌 소비자금융 변혁의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의 소비자 금융의 철수를 발표했다. 회사는 소매금융의 한 부분인 소비자 금융의 철수의 일환으로 올 상반기 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내년까지 매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실적도 악화를 거듭했다.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4567억원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인 2191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부터는 56개에 달하는 지점을 통·폐합 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주사도 해체했다. 오는 31일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소멸되고 한국씨티은행이 존속회사가 된다. 씨티그룹의 한국 내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같은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도 같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한국SC은행의 실적은 꾸준한 감소 추세를 거듭해 지난 2010년 3223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824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는 22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한국SC금융그룹은SC캐피탈·SC저축은행 등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는 구조조정을 추진,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전 직원의 15%에 달하는 850여명, 올 1월에는 150명에 대한 명예퇴직이 추진된바 있다.

    • 국내에서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한 두 외국계 은행이 동시에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SC은행은 국내시장에 진출한지 10년 동안 4번의 수장을 교체했다. 2005년 존 필메리디스 은행장을 시작으로 2007년 10월 데이비드 에드워즈·2009년 11월 리처드 힐·2014년 1월 아제이 칸왈 등 4명 은행장이 SC은행을 이끌었다.

      반면, 씨티그룹은 15년간 한차례도 하영구 행장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영위기 속에서도, 또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금융권 수장의 무더기 징계 속에서도, 하영구 행장은 인사 태풍을 피했다.

      이를 두고 씨티그룹이 하영구 행장의 뒤를 이을 후임 인선작업에 무감각해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듭하는 실적악화·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갈등·금융권 인사 태풍에서도 하영구 행장이 꿋꿋이 자리를 지킨 탓이다.

      현재까지는 박진회 기업금융그룹장(수석부행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비즈니스 총책임자(수석부행장) 등을 비롯한 내부인사가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가 행장으로 내정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씨티그룹이 수익성 재고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추진하는 행장보다는 현재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는 외부 인사의 내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씨티은행장 후임 인선에 국내 사업정리를 보다 깔끔하게 추진할 수 있는 외부인사를 내정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하영구 행장은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후계자 양성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아 내부 인물이 후임 인선작업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은행은 조만간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행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CEO를 비롯한 바로 밑의 임원을 누가 맡을 지 매년 검토하는 탤런트 인벤토리 리뷰(Talent Inventory Review)라는 제도를 통해 시스템화 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