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할 SI가 없다”…팬오션 매각 흥행 부진 우려
입력 2014.11.03 09:02|수정 2014.11.03 09:02
    [Weekly Invest]
    대형 화주는 구조조정, 중견 선사는 거래 규모가 부담
    회생절차 통해 체질개선 성공…향후 성장가능성에 기대
    • [11월02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팬오션 매각이 이번 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해운업을 잘 아는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가 필수지만 인수에 나설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팬오션 매각자 측은 오는 4일 LOI를 접수하고 다음달 11일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흔치 않은 대형 선사인데다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며 실적이 개선돼 일찍부터 관심을 끌었다.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자금력 있는 곳은 모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해운업은 네트워크 및 전문 인력 확보가 특히 중요한 사업군으로 꼽힌다.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도 이를 감안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전용선 사업을 인수하면서 합작 형태를 취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선 일찌감치 팬오션을 인수할 SI 물색 움직임이 있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팬오션에 관심이 있지만 함께 할 SI가 없다”고 말했다. 자문사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도 팬오션 인수전에 참여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도 흥행 부진 가능성을 우려했다.

      팬오션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등 해운업에 밝은 대형화주와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대한해운 등 중견선사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인수에 나서기엔 난관이 많다는 평가다.

      M&A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중에 팬오션 인수에 나선다면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실무진에서 검토는 하겠지만 경영진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역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기조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시너지 효과 및 인수 여력은 물론, 해운업의 경기 변동 충격을 완화해 줄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강력한 우산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할 때 가장 이상적인 인수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해 현대글로비스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팬오션이 해외에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면 입장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몇몇 자문사 역시 현대글로비스에 찾아갔지만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견 선사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걸림돌이다.

      우려했던 미확정부채는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지만 부채가 모두 확정되더라도 팬오션의 덩치는 작지 않다.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회생기업의 경우 회생채권 규모가 거래규모와 직결된다”며 “최종 회생채권 규모는 1조원에서 1조5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규모 1조원대인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대한해운 등은 팬오션 인수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대한해운을 인수했던 SM그룹도 인수 여력이 크지 않다. M&A 업계 관계자는 “중견선사가 FI와 손잡고 인수금융도 조달한다 치더라도 수천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무리할 경우 공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운사가 아닌 하림, 대림산업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하림은 일찌감치 팬오션 인수를 준비해왔으나 사업연관성은 크지 않다. 대한해운 인수전에 참여했던 대림산업의 경우 경기 변동성이 큰 건설과 해운의 불황이 겹칠 경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이들도 참여가 어렵거나 함께 할 해운사를 구해야 할 전망이다. 인수 후 기존 경영진에 운영을 맡길 가능성도 있지만 과거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할 SI가 마땅치 않음에도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팬오션 자체의 가치 평가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흥행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정부 역시 대형화주가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이다.

      팬오션은 부담스러운 장기 용선 계약을 대부분 떨어냈고 올해 실적도 흑자가 예상된다. 과거 500척의 선대를 운영한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벌크선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은 곧 BDI 상승 시 실적 개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BDI 지수는 저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며 “BDI 지수 상승 여부에 따라 수년간의 손실도 1~2년 만에 만회할 수 있는 것이 벌크선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쟁이 적어 상대적으로 인수 부담이 덜한 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은 큰 지금이 적절한 투자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