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생존 한계 직면"…'계륵' 돼버린 팬택
입력 2014.11.06 08:32|수정 2014.11.06 08:32
    [내우외환 스마트폰 제조사]
    재원부족으로 휴대폰 생산 중단 상태
    해외 업체 M&A 가능성 존재하나 기술 유출 우려
    • [10월23일 10: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스마트폰이 위기에 봉착했다. 신제품을 내 놓은 애플은 건재했다. 중국산 스마트폰도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으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선 통신시장의 거품을 뺀다는 취지에서 단통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단통법은 국내 통신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단말기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외부의 도전과 내부의 침체에 직면한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국내외 악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국내 통신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팬택 만은 이슈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팬택으로선 그보다 당장 '생존'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팬택 인수·합병(M&A)을 놓고 기술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업계가 시끌시끌하다. 통신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정책이라는 비난 아래, 제조사들은 국내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3대 제조사인 팬택은 관심이 없다. 법정관리 하에서 재원 부족으로 휴대폰 생산조차 못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전에 생산한 재고 물량도 유통망이 없어 창고에 쌓아두고만 있다.

      팬택은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에서도 특허 소송을 감당하기 힘들어 국내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성격의 파산보호 신청을 한 상태다. 현재 희망을 걸고 있는 건 M&A다. 업계에선 팬택이 M&A 불발 시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M&A가 성사되더라도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여건 모두가 팬택에 좋지 않다. 국내에선 단통법 시행이, 해외에선 중국발(發) 판가 인하가 걸림돌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팬택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했다. 통상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10만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새 스마트폰을 출시해 왔으나, 단통법 시행으로 경쟁사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런 이점마저 없어졌다.

    • 일례로 팬택의 신제품인 베가 아이언2는 경쟁사 제품보다 오히려 비싸다. 메탈 테두리를 강조한 베가 아이언2의 출고가는 78만원 선인데 반해, 경쟁사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알파는 74만원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일주일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그 전보다 상당 폭 올라갔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이 아닌 이상에야 브랜드나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구매하면서 나타난 일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작은 점도 단통법 여파가 다른 경쟁업체보다 큰 이유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컸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해외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국내 매출이 해외 매출의 3배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건이 힘들긴 마찬가지다. 해외 주요 판매 지역인 미국에서 팬택 제품은 2년 약정 기준으로 2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는 해외 경쟁업체인 모토로라·소니 등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다.

    •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해외에서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이 강점이었으나, 경쟁사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하하면서 이마저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M&A와 관련해 끊임없이 기술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팬택 자체 경쟁력으로 생존하는 데 한계가 있어, 특허 등 기술확보 만을 위해 해외 업체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다.

      팬택의 기술력은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못지 않다는 평가다. 등록특허 496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특허도 보유했다. 4세대(4G) 기술력에선 중국업체들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다. 중국업체가 팬택 인수를 통해 4G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남은 인력의 상당수도 연구·개발(R&D) 인력이다. 팬택은 "전체 인력의 50~60% 수준인 1000명가량이 R&D 인력이며, 일부 인력 유출에도 핵심 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보유한 특허를 고려했을 때, 해외 업체가 인수한다면 기술 유출 우려가 크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하면 좋으나, 이 두 업체 모두 팬택이 보유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 매물로서는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