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의 '꼼수'…한라홀딩스, '웃돈' 주고 만도 지분 매입
입력 2014.11.07 09:14|수정 2014.11.07 09:14
    지주회사 개편 과정서 만도 지분 15% 프리미엄 붙여 매입
    ㈜한라에 500억원 추가 지원…"㈜한라 지원 없다" 약속 공수표
    • [11월07일 09:1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라그룹이 지주회사 개편 과정에서 ㈜한라를 우회 지원했다. 한라홀딩스가 ㈜한라 보유 만도 지분을 웃돈을 주고 사들였다.

      한라홀딩스의 현금이 결국 분할 전 만도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한라에 대한 지원은 없다'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의 약속이 공수표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한라홀딩스는 6일 ㈜한라가 보유한 만도 구주 전량(17.29%)을 3630억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한라홀딩스의 만도 지분율은 1.1%에서 18.4%로 늘어났다. 1.6%만 더 취득하면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요건(상장사 기준 20%)를 충족한다.

      이 과정에서 ㈜한라에 대한 우회 지원이 이뤄졌다. 만도의 6일 주가는 주당 19만2000원이었다. 한라홀딩스는 ㈜한라가 보유한 만도 지분을 주당 22만3500원에 사들였다. 15%의 프리미엄을 쳐준 것이다. 시가 대비 510억원을 추가로 지출한 셈이다. 이처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상장 계열사 주식에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 9월 분할 전 만도가 보유하던 것이다. 만도가 지주회사를 분할하며 5000억원에 달하던 현금 중 4500억원을 한라홀딩스에 배정했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만도의 현금을 자회사인 마이스터로 옮긴 후, 이 자금으로 ㈜한라를 지원하며 편법·우회지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정 회장은 시장 신뢰를 되찾겠다며 "지주 전환 후 ㈜한라 지원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 말을 결국 어긴 셈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 사이에 그룹의 신뢰성 논란이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라그룹 관계자는 "한라홀딩스와 ㈜한라 주주들간의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정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라홀딩스는 같은 날 지분 매입과 더불어 만도 보통주를 현물출자받아 신주 270만여주를 발행하는 19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만도 주식을 주당 19만4500원에 최대 98만주까지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만도 주주에게 한라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공개매수는 이달 24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신주는 내달 29일 상장이 완료된다. 시장에서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만도 지분 7.71% 전량을 출자해 한라홀딩스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자가 끝나면 정 회장의 한라홀딩스 지분율은 현재 7.71%에서 2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라 역시 같은 날 한라홀딩스 지분 63만여주를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을 통해 시장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라홀딩스 중심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출자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매각 후 한라홀딩스에 대한 ㈜한라 지분율은 17.29%에서 10.01%로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