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정유사들, 등급하향 위기에 막바지 자금조달
입력 2014.11.10 09:00|수정 2014.11.10 09:00
    [Weekly Invest]
    SK에너지·GS칼텍스, 등급전망 '부정적' 변경
    올해 발행한 채권들…평가손실 우려 확대
    현대오일뱅크·S-Oil, 11월 중 추가 회사채 발행 예정
    • [11월09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장기 불황에 빠진 정유사들이 올해 막바지 자금조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간 우려됐던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할 위기에 놓이면서 올해 발행한 회사채에 대한 평가손실, 그리고 추가로 발행할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이달 중 각각 2000억원, 36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 및 차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두 정유사는 앞서 올 상반기에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선방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번엔 회사채 발행 직전에 업계 1·2위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점이 회사채 세일즈에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 6일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AA+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3분기 실적 발표 전인 SK에너지에 대해 "전반적인 정유업황 약세 속에서 과거 대비 수익성·현금창출력 수준의 저하, 차입금 커버리지의 약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등급전망 조정의 원인을 설명했다.

      GS칼텍스는 2012년 이후 지속적인 재무레버리지(금융비용) 감소 추세에도 불구, 단기간 내 재무여력이 크게 저하되며 신용등급이 하락될 처지에 놓였다. GS칼텍스는 3분기 영업손실 144억원을 기록,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GS그룹의 전체 실적 저하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 이들 정유사의 신용등급이 당장 하향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채권을 발행한 지 각각 한 달, 5개월 후에 등급전망이 변경된 탓에 회사채를 인수한 투자기관들은 잠재 평가손실에 대한 보고서를 만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등급 하락에 대비해 정유사 회사채를 사들인 투자기관들이 평가손실 규모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내 추가 회사채 발행 준비에 착수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투자수요 확보에 여념이 없어졌다. 두 정유사의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은 다른 두 정유사의 등급전망 조정이 영향을 끼칠까봐 투자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실적에 대한 부담이 타 정유사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고도화율을 높이고, 저렴한 고체연료 사용으로 원가 절감에 나서며 올해 3분기 3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모그룹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이 올해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며 신용등급이 하락한 점은 피해가기 어려운 악재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추가 시설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기평은 "2014년 1분기 온산 소재 한국석유공사 부지 매입(5190억원) 이후 잔사유 고도화설비 및 복합석유화학 CLX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해당 투자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이에 따른 외부자금 소요 확대로 재무레버리지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사 중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재고평가손실이 누적되며 올 3분기에 정유사업에서 18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완료하면 올해 정유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52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