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BA여의도빌딩(유진투자증권빌딩), 연내 매각 가능할까
입력 2014.11.12 09:50|수정 2014.11.12 09:50
    [Weekly Invest]
    12월말까지 일정 빠듯·투자자 북크로징 시기 겹쳐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 여의도 공실률 우려 투자 기피
    유진투자증권과 임차계약 연장 최대 변수…"장기 임차 계약하면 매입 가능"
    • [10월26일 08: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유진투자증권 빌딩 전경

      지난 2010년 4월, POBA행정공제회가 예상을 깨고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빌딩(현, POBA여의도빌딩) 인수자로 결정됐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금융회사 관계자는 "행정공제회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관투자자용 부동산 시장에 자신들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는 유진투자빌딩을 장기 보유하고 향후 본사 사옥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정공제회는 매입한 지 4년4개월만에 매각을 결정하고 지난 13일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POBA여의도빌딩 매각은 IFC 혹은 FKI 타워(전경련 회관)의 공실을 연말까지 해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부동산 투자 업계의 전망이다. 매각 시점, 향후 여의도 공실률, 투자자 모집 등 난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과의 임차 계약 연장 여부눈 핵심 변수다.

      ◇북크로징 시기에…12월31일까지 매각 완료 목표

      우선 매각 완료까지 시간이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행정공제회에 따르면, 매각주관사는 오는 12월31일까지 POBA여의도빌딩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두 달이다. 매도자 실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매수자의 실사 등 기간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구나 매각이 본격화되는 11월부터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결산을 위해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북크로징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자는 “행정공제회가 왜 이 때 매각을 추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여의도 공급 과잉 우려… “당분간 여의도는 안 봐요”

      매각 일정이 빠듯해도 투자 매력이 크다면 큰 문제가 안 된다. POBA여의도 빌딩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IFC와 FKL타워의 공실률이 현재 여의도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증권업 침체로 오피스 수요 면적도 줄고 있다.

      공급 과잉 현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여의도에는 MBC부지, 파크원(Park1), 미래에셋생명사옥, 교직원공제회 부지, 사학연금부지 등이 개발될 예정이다. 신축 오피스빌딩은 쏟아지고 오래된 건물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의도 지역 공실 부담이 커서 당분간 투자 계획이 없으며, 이런 이유로 유진투자증권 빌딩 매입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가 POBA여의도빌딩을 매각하려는 이유도 투자자들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각하는 쪽이나 투자하려는 쪽이나 같은 시각이라면 거래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지만 행정공제회의 기대 가격은 시장의 눈높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향후 투자 회수도 고려해야 한다.

      ◇연기금·공제회, 행정공제회에 투자회수 기회 제공하나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투자기관들의 다른 고민은 유진투자빌딩을 매입할 실제 투자자를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에 보수적이며 기존에 투자한 빌딩들이 공실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는 여의도에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공제회가 빌딩 매각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설령 투자를 하더라도 행정공제회의 투자 회수 기회를 제공했다는 논란을 일 수도 있다.

      보험사들의 투자 여력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여의도에 보유한 빌딩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고, 다른 보험사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외국계 투자자들이다. 외국계 투자자라고 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투자 성향을 보면 코어 혹은 가치 증대형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한 때 외국계들이 여의도 빌딩에 투자해서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의도 사정에 대해 외국인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임차계약 연장할까

      빠듯한 매각 일정, 대형 오피스빌딩 신규 공급, 투자자 확보 어려움 등을 넘어 매각 흥행으로 이어지는 방안은 ‘유진투자증권의 책임임차 기간 연장’이란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부동산담당자는 “유진투자증권의 임차계약 연장이 이뤄져야 매각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흥행 여부를 유진투자증권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오피스 빌딩 매매 사례를 보면 임차 계약 여부가 거래를 결정짓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의 임차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투자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현재 지하층 일부와 건물 2층부터 20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임차계약은 2019년 9월 15일까지다. 단, 2016년 9월15일 이후에는 중도 해지할 수 있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남은 임차 기간은 2년 정도이다.

      유진투자증권이 2016년 9월 이후에 사옥 또는 사무실을 옮길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대형 오피스빌딩에 일부 층을 빌려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의 빌딩을 사옥으로 쓰는 게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금융회사의 특성상 이전 비용에만 수십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이 덥썩 임차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임차 계약 조건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가져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