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세계1위' 현대重, 수주보단 수익성 확보 절실
입력 2014.11.13 07:45|수정 2014.11.13 07:45
    3분기 조선·육상플랜트 부문 손실충당금 쌓아
    현대重 "수주물량 확보보다는 수익성에 초점 맞추겠다"
    • [11월06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중공업이 2분기 연속으로 대규모 손실충당금을 쌓으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2012년 무리하게 수주한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다.

      '세계 1위 조선사'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현대중공업의 족쇄가 됐다. 업계 안팎에선 시황개선을 기다리기보단 과감한 사업규모 축소(다운사이징)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2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올 들어 벌써 영업손실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2분기에는 해양플랜트가 문제였다면 3분기에는 여기에 더해 조선·육상플랜트 등 주력 사업 전 분야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조선분야에선 반잠수식시추선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특수선박 분야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반잠수식시추선의 경우 10년 만에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사업으로,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오랜 기간 공백이 있어서 실제 작업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에서의 손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평가다. 현대미포조선이 맡아서 제작한 선박으로 이 분야에선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새롭게 시도한 선박 분야도 아닌데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 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손실을 대규모로 선(先)반영한 부분은 의문이다"면서 "현대미포조선이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 사업에서, 이렇게 손실이 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 육상플랜트에서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번에 적자가 발생한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짓고 있는 화력발전소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다. 국내 건설사들보다 한 발 뒤늦게 해외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설계능력 부족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현재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사업은 지난 2012년에 수주한 것들이다. 당시 수주가뭄을 겪던 현대중공업은 이전에 해보지 않던 프로젝트들을 대거 수주했다. 새 사업을 시작하면서 원가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없었던 결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잇따라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것을 놓고 적정했는가에 대한 반문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재무통'인 권오갑 사장을 새 대표로 임명하고, 일제히 대규모 손실충당금을 반영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과연 이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인가는 의문이라는 견해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갑작스럽게 조 단위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서 조선업계 안팎에선 현대중공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물량 위주의 수주 전략으론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기술역량 강화에 대한 주문도 나오고 있다. 상선건조만으론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수선박 및 플랜트 설계역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상선분야에선 중국 조선업체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특수선박 및 플랜트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상황에 맞서 수주물량 확보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수주물량 확보 중심에서 벗어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며 "더불어 조직통폐합 및 일부 비핵심 사업 정리 등으로 비용절감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선별 수주가 얼마나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여건상 선별 수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량이 줄어들어 선별수주를 하기엔 시장여건이 좋지 않다"며 "시황개선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사업규모를 줄이는 적극적인 다운사이징 및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