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러브콜 거절한 ‘동아탱커’…향후 팬오션 매각전 구도는
입력 2014.11.14 08:51|수정 2014.11.14 08:51
    동아탱커 '사활을 걸어야할 인수전, 위험부담 크다' 판단
    금융권 "하림, 재무완충 능력 상대적 우수"…복병은 '도이치은행'
    • [11월11일 10:1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팬오션 매각 흥행에 변수로 꼽혀왔던 동아탱커의 인수전 참여가 결국 시장참가자들의 기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동아탱커는 팬오션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팬오션 매각과 관련,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 가운데 하림과 대한해운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재무적투자자(FI) 성격으로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아탱커는 글로비스, CJ 대기업 계열 SI가 인수전에 불참한 가운데 국내 해운사 가운데 재무 여력, 인수 후 시너지 등에서 팬오션 인수에 가장 적합한 SI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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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오션 벌크선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이 동아탱커를 찾아 팬오션 공동인수를 제안했지만 동아탱커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은행은 독일 콘티가 보유한 팬오션 회생채권을 인수했으며 주로 전략적투자자(SI)의 인수 자문을 맡아왔지만 이번에는 직접 인수전에 참여했다. 팬오션 인수 경쟁을 높여 회생채권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도이치은행은 하림 컨소시엄에 대항할 SI를 앞세워 흥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도이치은행뿐 아니라 다른 FI들, 이 가운데 LOI는 제출하지 않았지만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는 FI들도 동아탱커에 공동 참여를 제안했다. 동아탱커는 번번이 거절했다. 동아탱커에 정통한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내부 의사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인수전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탱커가 팬오션 인수전 참여 의사를 접은 데는 거래 규모가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로 크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매각이 시작되기 전 거래 금액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현재도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 가량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아탱커의 회사 규모를 감안했을 때 과감한 인수 시도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란 설명이다.

      FI와 공동 투자를 하더라도 자칫하면 FI에게 끌려 다닐 수 있고, 인수 후 통합(PMI)에 실패할 경우 현재의 동아탱커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는 후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종명 동아탱커 사장은 해운시장 동향에 누구보다 밝은 전문가이지만 의사결정이 신중하고 검토에 검토를 거쳐 사세를 확장하는 무리하지 않는 경영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동아탱커의 재무 및 영업 상황도 팬오션 인수 추진에 걸림돌이 된 요소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5월말 기준 동아탱커는 총 17선의 사선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7월까지 7척의 신조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차입금 증가에도 장기용선계약에 따른 영업이익 확보가 회사의 재무구조를 지지했다.

      그러나 시황이 점차 악화되고 높은 수익을 낸 장기용선계약 종료 등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점차 줄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900억원대였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는 2012년 이후 500억원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벌크선 시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동아탱커의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벌크선 중심인 팬오션을 인수할 경우 인수자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동아탱커의 불참이 명확해짐에 따라 하림 컨소시엄, 대한해운 컨소시엄, KKR이 어떤 경쟁 구조를 형성할 지 주목된다. 해운업은 현재 금융회사들이 여신을 제한하거나 가급적이면 취급하지 않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FI들이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서라도 SI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나오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팬오션 지분 담보 대출의 위험을 SI를 통해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시점이지만 LOI를 제출한 후보 가운데 하림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다. 국내 곡물 조달과 동아시아 곡물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라는 명분 차원과는 별개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림이 갖춘 기반들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림은 코스닥에 상장된 지주사 하림홀딩스가 있고 상장 추진 중인 NS쇼핑 지분 40.71%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대한해운 컨소시엄은 재무 여력이 크지 않다. SM그룹이 팬오션까지 사들이면 사업 비중이 해운업으로 쏠려 시황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불편해 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이치은행의 움직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막을 내린 진로 매각 당시 부실채권(NPL)을 인수한 골드만삭스는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실행했고,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머 쥐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KKR에 팬오션을 넘기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하림이 도이치은행의 가격 끌어올리기 전략에 얼마나 잘 대응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며 "복병은 도이치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팬오션 매각주관측은 LOI를 제출한 원매자들 5곳을 모두 숏리스트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