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삼성 주가 '보합'…한화 계열사 주가도 상승폭 모두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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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6일 15:4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과 한화, 두 그룹의 빅딜(big-deal) 속에 투자자들은 아무도 웃지 못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사업을 팔고 산 삼성과 한화는 '밀담' 끝에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소외됐다.
당장 매각 대상이 된 삼성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산 투자자들은 '삼성'이라는 프리미엄이 떨어져나가며 직접적인 손실을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의 방위산업과 화학을 인수한 한화 계열사 주가는 오전 중 잠시 반짝했지만, 이내 자금조달 부담이 대두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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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각 대상 기업 4곳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테크윈의 26일 주가는 전일 대비 하한가(-14.9%)인 2만8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이후 거래마저 끊겼다. 삼성테크윈이 10% 지분을 보유한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전일 대비 4.3% 하락한 3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테크윈의 주식을 펀드에 편입한 한 자산운용사 담당자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삼성테크윈 회사채(미상환 잔량 3500억원)와 KAI(잔량 2000억원) 회사채를 보유한 채권 투자자들 역시 황망한 표정이다. 당장 삼성그룹의 프리미엄이 떨어져나가고 한화그룹에 맞춘 새 신용등급 부여 가능성이 커지며 손실을 보게 될 상황이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삼성토탈도 미상환 채권 규모가 1조8500억원에 달한다. 매각 완료 후 새로이 모회사가 되는 한화에너지(AA-)와 한화케미칼(A+)이 모두 삼성토탈(AA)보다 신용등급이 낮다. 등급하향 가능성이 큰 만큼 신용도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을 매각한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이날 전일 대비 0.29% 떨어진 6만9800원에, 삼성전자는 0.92% 오른 120만1000원에 종가가 형성됐다. 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두 회사의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은데다, 활용처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방산·화학 사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만들겠다던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 역시 보합에 그쳤다. ㈜한화 주가는 전일 대비 1.27% 떨어진 3만1000원에, 한화케미칼 주가는 전일 대비 0.75% 오른 1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오전 한때 주가가 5% 이상 급등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대부분 하락 반전했다. 한화그룹 전반적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조달 방식이 이슈가 됐다. 내년 이후 2년간 분납 예정임을 감안해도 ㈜한화 등 3개 계열사가 연간 7000억~8000억원의 자금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는 각기 가려운 곳을 해결하며 활짝 웃을 수 있었겠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날 정보가 미리 새고 장 직전 공식 입장이 발표되며 시장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재무적으로 인수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 등 인수 3사의 경우 보유 현금과 매년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 등을 보면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며 "또한 인수대김을 2~3년동안 분납하기로 해 시간적 여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 1500억여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초 계열사로부터 배당이 유입된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드림파마 등을 매각하며 3000억원의 실탄을 준비해놨고, 한화에너지도 연간 2000억원가량의 현금흐름이 창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