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빅딜' 한화, 제조업 M&A 갈망 풀었다
입력 2014.11.28 11:31|수정 2014.11.28 11:31
    신성장동력 '태양광'·'이라크' 대신 기존 주력 사업 강화 선택
    "전략적 판단 긍정적…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장기 디딤돌 확보"
    이질적 기업문화 극복·인수자금 확보 방안 불확실성 해소 필요
    • [11월27일 11:4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한화그룹이 삼성그룹과의 2조원 빅딜(Big Deal)로 제조업 성장 동력에 대한 갈망을 해소했다. 2008년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며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허공에 날린 후 금융회사 인수와 태양광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답 또는 방향을 찾지 못한 한화였다.

      주력 사업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향, 기본으로 돌아와 다시 되짚어 본 한화그룹의 이번 삼성그룹 계열사 인수는 사업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장기적인 모양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시장의 환호는 반나절에 그쳤다. 지난 26일 상승하던 주가는 상승폭을 반납했다.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이 부각되고 ‘의리’의 한화와 ‘관리’의 삼성이 융합할 수 있을 지 여부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후 멈춘 제조업 M&A

      한화그룹은 M&A를 통해 성장했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의 주요 사업부를 비롯해, 한화건설, 한화케미칼, 한화갤러리아, 한화생명 등 현재의 주력 계열사를 M&A로 확보했다.

    • 한화그룹의 주력인 한화케미칼은 한양화학과 다우케미칼을 인수로, 한화생명은 대한생명, 한화갤러리아는 한양유통과 동양백화점을 인수한 결과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M&A 성과는 좋은 편이 아니다. 한화그룹이 명운을 걸고 도전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실패한 후 한화그룹은 기존 제조업이 아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부문 강화를 목적으로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태양광과 이라크 건설 사업에 진출했다. 중국의 솔라펀파워와 독일의 큐셀을 인수했다.

      태양광사업은 이제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 사업은 정정 불안으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신성장동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그룹의 최고 경영자인 김승연 회장의 공백까지 더해져 한화그룹의 고민은 점점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신규 먹거리를 찾겠다고 기업들이 나서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낸 것은 거의 없다”며 “투자는 계속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한화그룹의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4개사에 대한 경영권 인수는 기존의 사업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태양광'이라는 지난 몇 년간의 이미지를 '한화그룹=방산, 화학, 태양광, 금융'으로 바꾸는 무형의 효과도 얻게 됐다.

      다른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이 성장 동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은 기존 주력 제조업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장기적인 실탄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의 전략이 다른 대기업 집단으로도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이번 빅딜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의리’ 한화Vs ‘관리’ 삼성…자금조달 방안 ‘불투명’

      이번 빅딜이 기대만큼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관리’의 삼성 문화에서 근무해 온 직원들이 ‘의리’의 한화에 안착할 지 여부가 이번 빅딜의 최대 관건이다.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인수와 관련해 보고서를 낸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고급 인력이 (한화그룹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석유화학 사업 부문에 자극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그룹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 피인수 기업 4개사 직원들은 이번 매각에 대해 허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이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삼성’이란 이미지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화그룹은 참고자료를 통해 “M&A를 통해 그룹이 성장했고, 인수로 인한 잡음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인수 후 조직간 문화 통합이 원만하게 잘 이뤄냈다”고 자부했다.

      이번 빅딜에 대한 다른 우려는 '자금조달 방안의 불확실성'이다. 한화그룹은 전날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 자금조달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내용은 "문제 없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으로 요약된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에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며 "영업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있다고 해도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선 명확한 자금조달 방안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년 간 1조600억원을 분납해야 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의 경우 영업현금흐름이 비교적 탄탄해 재무건전성을 훼손 정도가 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한화의 자금조달에 대한 궁금증이 큰 상황이다. (주)한화의 삼성테크윈 지분 인수가는 8400억원, 2회에 걸쳐 각각 4200억원씩 납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주)한화는 보유현금 1500억원, 연간 잉여현금흐름과 배당금으로 2500억원, 차입금 500억원 정도를 추가해 내년 6월경에 1차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고 2016년도에도 같은 방식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