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시작한 신문용지 시장
입력 2014.12.01 08:45|수정 2014.12.01 08:45
    [Weekly Invest]
    수요 급감·출혈 경쟁 가속화…제품가격 1톤당 3분기만에 6.5만원 하락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신문용지 시장, 구조조정 불가피"
    • [11월23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신문용지 시장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의 공급 가격 인하에 더 낮은 가격으로 맞받아치면서 실질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신문용지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경쟁은 일시적인 과열이 아닌 본격적인 치킨게임(Chicken Game) 국면에 접어든 신문용지 시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4개 기업이 과점을 이루고 있는 국내 신문용지 산업이 또 다른 단계로의 구조 재편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보워터코리아의 공격적인 영업과 전주페이퍼의 대응, 이에 따른 2~3위 기업들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톤당 매출가격은 신문용지 매출액을 수출과 내수 생산 규모로 나눈 값이다. 신문용지 시장 관계자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판가가 5만원 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1년 사이에 무려 10만원 가량 떨어져 영업손실 확대를 우려했다. 한편, 신문용지 2위 사업자인 대한제지는 비상장사로 연간 단위 실적을 발표하고 있으며 4위 사업자인 보워터코리아는 유한회사다.

      23일 전주페이퍼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문용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전주페이퍼의 올해 3분기 1톤당 평균 매출 가격은 67만1000원으로 지난해 말 73만원6000원에 비해 무려 6만5000원 가량 하락했다. 페이퍼코리아 역시 전년 말 대비 평균 매출 단가가 5만원 정도 떨어졌다. 톤당 매출가격은 신문용지 매출액을 수출과 내수 생산 규모를 더해 나눈 값으로 정확한 판매가격은 아니지만 시장 동향은 가늠해볼 수 있다.

      신문용지 생산원가에 비중이 큰 고지(ONP) 가격이 같은 기간 1만원 정도 하락한 것을 감안했을 때 판가 급락은 기업 실적에 치명타를 안겼다. 전주페이퍼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페이퍼코리아는 3분기 영업적자만 50억원에 달해 올해 누적 상각전이익(EBITDA)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EBITDA는 기업을 경영해 쥐는 현금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항목이다. 부의 EBITDA는 감가상각비를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신문용지 업계가 체감하는 판가하락 폭은 손익계산서상의 수치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내수 모두 영업환경이 악화했지만 특히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확보를 위해 신문용지 제조기업들이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이다.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한 곳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신문용지 기업들은 저마다 경쟁사를 지목했다.

      국내 시장의 신문용지 수요는 지난해 80만톤에서 올해 61만톤 수준까지 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의 경우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발행면수에 영향을 주는 광고 집행이 크지 않았고 신문용지 수요는 더 줄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세월호 사태로 기업들이 광고를 자제했고 월드컵 특수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출 환경도 좋지 않았다. 국내 신문용지 생산기업들은 남는 생산량을 수출로 소화하고 있다. 전주페이퍼의 경우 생산량의 70%를 아시아 지역의 주요 신문사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시장 역시 소비 감소가 빠르게 진행됐다. 아시아 시장의 신문용지 수요는 9월말 누계기준 8% 가량 감소했다. 보워터코리아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남미 대륙의 신문용지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신문용지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가격을 앞세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출 상황은 내수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는 배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인하 전략은 신문사들의 경영 사정 악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신문사들의 비용 구조를 보면 인건비 외에 신문용지 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달에 5000톤의 신문용지를 사용하는 중앙일간지라면 1톤당 10만원 정도의 단가를 낮출 경우 월 5억, 연간 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같은 현실을 파고든 한 신문용지 회사가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한 중앙일간지의 납품 물량 80%가량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문용지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질 원가 이하 수준으로 신문용지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점체제이긴 하지만 수요자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가격을 내리면 따라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신문용지 시장의 치킨 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찾아갈 때까지 시장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신문용지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편에서 계속:시장 구조조정 가속화, 전주페이퍼·보워터發 재편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