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업 매각, 국내서 뚜렷한 후보군 찾기 어려워
입력 2014.12.01 08:50|수정 2014.12.01 08:50
    [Weekly Invest]
    해외 사업 성과 나기까지 시간 필요
    인수 후 급상승한 이익은 긍정적이나 "실적 정점아니냐"는 지적도
    • [11월23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변신로봇 캐릭터 '또봇'으로 잘 알려진 영실업이 매각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에선 이렇다할 인수후보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발(發) 매출이 매각 흥행 여부를 가를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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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실업이 올해 출시한 변신로봇 '바이클론즈(BIKLONZ)'

      영실업 매각은 경영권 지분 96.5%를 쥐고 있는 헤드랜드캐피탈(Headland Capital Partners)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시작됐다. 매각 자문사로 골드만삭스가 선정된 상태로 아직 티저 레터(Teaser Letter)가 배포되진 않았다. 헤드랜드캐피탈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지난 2012년 600억원가량을 들여 영실업을 인수했다.

      주인이 바뀐 뒤에 영실업의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9년 208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말 761억원으로 늘었고 기간 영업이익 역시 10억원에서 149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15억원에 불과했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16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과거 헤드랜드캐피탈로 매각 당시 회사가 제시한 미래 실적 흐름과 유사하다. 당시 영실업 등 매각 측은 2013년 추정 매출액은 약 600억원이며 영업이익과 EBITDA는 각각 117억원, 130억원 정도로 내다봤다.

      매출상승세는 역시 기아자동차를 모델로 한 '또봇'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었다. 또봇은 2009년 출시한 변신자동차 장난감으로 애니메이션도 방영되고 있다. 올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20만개로 추산되며 연말에는 애니메이션도 16번째 시리즈가 방영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로선 뚜렷한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호실적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금이 실적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금의 매출은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성장 폭이 더 커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국내에서 전략적 투자자가 사들이기도 부담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국 거래의 관건은 해외 진출 성과가 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영되는지 여부다.

      영실업은 사업 확장을 위해 올 여름부터 해외진출을 본격화했고 대만·싱가포르 등에 또봇 수출을 개시했다. 다만 수출이 실제 이익으로 잡히고 해외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마케팅 효과를 봤던 것처럼 해외에서도 애니메이션 방영 등 판로를 확실히 할 지 눈여겨보고 있다"며 "수출 실적이 검증 돼야 제값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매각 측은 최대 3000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려면 높은 투자 회수 성과가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프리미엄을 최대한 받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손오공이나 오로라월드 등 동종 업체들 중 이 정도 규모를 감당할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장난감 사업까지 손을 뻗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중국 업체들이 인수자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