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인사 태풍 빗겨간 삼성전자 '갑론을박'
입력 2014.12.03 09:14|수정 2014.12.03 09:14
    신종균 사장 유임…조직 '안정'에 긍정적
    다른 한편에선 지나치게 '얌전한' 인사
    • [12월02일 18:1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큰 폭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년 수준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자료=삼성전자)

      지난 1일 발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선 두 명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진한 실적을 보인 삼성전자가 사장단을 대거 물갈이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각 사업부를 이끈 수장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사 발표가 나기 전부터 월스트리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잇따라 신 사장의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신 사장의 퇴진설이 힘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 스타일상 부진한 실적을 보인 IM사업부의 수장인 신 사장의 낙마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퇴진설이 유력하던 신 사장은 살아남았고, 신 사장을 대신해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던 이돈주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직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견해와 성과주의 인사를 강조하는 삼성전자 인사 스타일 치곤 '너무 얌전했다'는 반론이 대두됐다.

      일부 IT업계 및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가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단지 사람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것이다. IM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단지 사장단의 잘못된 판단만으로 몰아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라고 뾰족한 수가 있었겠냐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선 안정성을 꾀하면서 조직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사란 평가다. IM사업부의 수장인 신 사장은 자리를 지켰지만, IM사업부의 이돈주 사장을 비롯해 김재권 글로벌운영실장(사장), 이철환 개발실장(사장)이 물러난 점은 조직 간소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겠단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의 원인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방대해지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났고, 이로 인해 국내·외에서 신 사장을 비롯해 사장단 상당수의 퇴진설이 제기된 것과는 너무 다른 양상이란 견해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사장단 대다수가 퇴진하고, 부사장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란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인사 태풍이 거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에 발표된 사장된 인사는 성과주의 중심의 삼성 인사스타일과 달리 너무 얌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 사장의 역할에는 이목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이 스마트폰 초창기 갤럭시 시리즈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라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신 사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업체와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삼성전자가 신 사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만큼 실적에서 분명한 턴어라운드가 나타나야 한단 의견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신 사장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줬다"며 "초기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던 시절 신 사장이 삼성전자를 턴어라운드 시켰듯, 이번 유임에는 다시 한번 반전을 원하는 경영진의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곧 있을 임원인사도 관심사항이다. 사장단 인사에서 보여준 '변화 보다 안정' 기조가  임원 인사에도 반영될 지가 주요 화두다.

      현재로선 임원인사에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장단 인사에서 이돈주 사장을 비롯해 IM사업부 사장 3명이 물러난 후 후임 인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조직 축소가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조직 비대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임원인사에서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IM사업부 사장단이 줄어든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상당 규모의 임원진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