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자본확충 나선다
입력 2014.12.04 09:36|수정 2014.12.04 09:36
    영구채권 3000억원 이상 발행 추진…사모, 연내 발행 목표
    부채비율 하락 미미…개선 노력 보여주기 위한 목적
    • [12월01일 18: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중공업이 자본확충에 나선다. 대규모 영업적자와 자산매각에 따른 장부상 손실 등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이다.

      자본확충은 영구채권 발행을 통해 진행된다. 지분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유상증자에 비해 조달 비용이 낮으며 발행 절차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발행 예정액은 최소 3000억원이다.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발행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채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시장에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국내 보험사와 공제회 등을 대상으로 영구채권 발행시 투자가능 여부를 묻고 있다. 최소 3000억원에서 4000억원의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영구채의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에 발행자가 콜옵션(Call Option)을 갖는 기존에 발행된 영구채와 같은 구조이다. 금리는 4% 후반, 발행 형태는 사모(私募)이다. 발행 주관은 우리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고 있다. 신용등급은 AA- 내외가 될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현대중공업이 조심스럽게 영구채 발행을 준비했으며 현재 보험사와 공제회 등 잠재투자자들에게 투자 요청을 한 상황”이라며 “현재 최종 발행 규모와 발행 조건은 투자 수요를 최종 파악한 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까지 3조22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도 2조4748억원에 달한다. 197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로 지난해 말 179.59%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말 현재 220.39%로 상승했다. 순차입금은 10조원대로 올라섰다.

      영구채는 회계 기준에서는 요건에 충족할 경우 발행금액을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고, 신용평가사들은 대체적으로 50% 정도만 자본으로 보고 있다. 회계 기준에서 보면 현대중공업이 30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해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부채비율은 약 6%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채 규모가 커서 영구채 발행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정도는 미미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금융시장에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일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자본확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영구채 발행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은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잇따라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달 19일 보유하고 있던 KCC 주식 80만3000주(7.36%)를 4368억원에 매각했고, 현대미포조선은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매각해 2685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분기말 기준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해 회계상 손실이 발생했다.

      영구채 발행까지 성사시키면 현대중공업(3개사 합산)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2015년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과 채권의 규모는 2조3300억원으로 영업현금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AA 등급을 유지했지만 “수주 잔고의 질적 하락,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등 영업실적 회복 지연으로 상당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이 5%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