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만 굴레 씌우는 황당한 우리은행 민영화
입력 2014.12.07 16:36|수정 2015.07.22 16:37
    우리은행 전체 지분 57% 중 6% 매각에 그쳐
    대부분 은행 직원 및 고객이 인수하며 정부 부담 전가하는 꼴
    • [12월05일 20:1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부의 네 번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에도 정부의 입맛에 맞춰 우리은행을 경영해줄 후보는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공교롭게도 은행 지분 일부만이, 그마저도 대부분 우리은행 직원들에 매각되는 황당한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번 민영화 성공을 위해 수없이 고민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와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성사시켰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더 따져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몸통인 우리은행은 이번에도 정부 손에 남았기 때문이다. 경영권지분(30%) 매각에는 중국 안방보험그룹만 참여하며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자금력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후보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교보생명의 막판 불참 결정이 오히려 다행스러웠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 정부는 소수지분(26.97%) 매각에 기대감을 가졌고, 또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일부라도 성과를 거뒀다는 명분을 챙기고, 규모를 줄여 다음 매각 작업도 수월하게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3조를 모은 뒤에야 쳐다볼 수 있는 경영권 인수와 달리 소수지분은 300억원만 있어도 입찰참여는 가능하다. 콜옵션이라는 당근까지 부여되며 소수지분 매각은 흥행이 점쳐졌다.

      성과도 있었다. 콜옵션 행사분을 제외한 소수지분 매각물량(17.98%) 대비 132%에 달하는 23.76%의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입찰에 참가한 투자자도 10곳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입찰 종료와 함께 결정된 예정가격을 넘은 물량은 5.94%에 불과했다. 132%의 청약률을 ‘높은 성과’로 평가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언급이 무색할 정도였다.

      더 황당한 것은 낙찰자의 면면이다. 우리은행 사주조합(3.99% 청약)과 우리은행이 투자자를 모아서 결성한 펀드, 소액 투자자 한 곳까지 세 곳만 예정가격을 넘겼다. 사주조합과 펀드는 각각 3067억원, 1260억원 가량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펀드는 1.55%가량, 나머지 한 곳은 최소 입찰 물량인 0.4%가량을 써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가 거둔 크지 않은 성과에 동참한 곳은 결국 우리은행 직원과 그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달리 말하면 직원과 고객만이 정부의 희망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게 됐다.

      우리금융 사주조합은 과거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높은 프리미엄 기대치에 참여의지를 접었고 휴면 조합 형태로 유지됐다. 지난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합병되면서 우리은행 사주조합으로 다시 탄생했다.

      당초 사주조합은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소수주주권 행사라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 경우 노동조합의 색채만 드러날 수 있고 임원들의 참여도 어렵기 때문에 전 은행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

      사주조합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임원 1만주, 지점장급 4200주, 부지점장급 3500주, 차·과장급 2500주, 행원 1700주, 계약직 900주)했다. 당시 주가가 1만원이 넘었기에 임직원들은 각각 수천만원의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자금은 일단 임직원에 대한 대출 형태로 모아지지만 그렇다 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임직원 대부분이 이에 동참했다. 우리은행 한 직원은 “그 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혜택도 있고 앞으로도 동고동락 해야 하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하게 됐다”며 “민영화에도 도움이 돼 은행이 빨리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소수지분이 모두 매각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펀드 역시 우리은행 고객과 거래 회사의 돈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소액의 개인 고객과 수십억원을 투자한 기업 등 천여곳에 달하는 투자자가 펀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입찰 한달여를 앞두고 펀드 결성 검토에 나섰고 마지막 한 주 동안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의 요구도 있었지만 정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은행의 의지도 반영됐기에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이런 열망과 달리 결과는 허탈했다. 소수지분 전체 매각은커녕 일부만, 그것도 정부의 부담 일부가 고스란히 우리은행 고객과 직원들에 넘어가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정부의 예정가격이 높지나 않을까 우려하던 직원들의 예상은 현실이 됐고,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우리은행 사주조합 관계자는 “너무 낮은 가격을 써낼 경우 외부에서 ‘임직원들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구나’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적게 붙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 때문에 주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냐는 직원도 있고 공적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정부의 예정가격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직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 관계자는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했다고 밝혔지만 상당한 프리미엄을 붙인 결과가 됐다.

      결과가 초라한 만큼 정부는 예정가격이 높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주식을, 게다가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소수지분에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내놨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당근으로 내 건 콜옵션은 오히려 예정가격을 높이는 장치가 됐다.

      물론 정부로서도 할 말은 있다. 부지런히 뛰며 시장과 충분히 교감하려 노력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민영화 원칙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예정가격이 정말로 무리한 수준이었다면 3곳이라도 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었겠느냐”며 “아깝게 예정가격에 도달하지 못한 물량이 상당히 많다”며 아쉬워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율을 산정 시 이자비용은 고려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년 막대한 이자가 나가고 있다. 매각 가격을 웬만큼 올려서는 실질적인 의미의 공적자금 회수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정부도 매각 가격에 목 맬 필요가 없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또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주당 가격을 다만 몇십원이라도 내렸다면 소수지분 대부분을 팔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다양한 시도에도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절반가량(콜옵션 행사 시 48.06%)을 계속 보유하게 됐다. 정부 부담을 나눠지게 된 직원과 고객들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을 더더욱 잘 팔아야 하지만 덩치를 줄이지 못한 점이 다음 매각에서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아울러 참여해준 직원들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은행 관리를 잘 해 주가도 올려야 하는 책임도 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