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폭풍' 채권발행…"내년에도 부채감축 어렵다"
입력 2014.12.08 09:00|수정 2014.12.08 09:00
    내년 초 매출채권 기초 5000억 ABS 발행 예정
    "호텔사업·자회사 지원 대비해 매출채권 아껴둬야"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부채비율 감축 불투명
    • [12월04일 17:5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부채비율 감축안을 발표했었다. 2015년까지 총 3.5조원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400%까지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신규 부채 발행을 줄이고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해 빚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올 한 해 동안 대한항공의 채권시장에서의 모습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갚기 위해 총 2조원이 넘는 채권을 국내외에서 조달했다. 올해엔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으로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며 공모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에쓰오일 지분 매각·노후 항공기 매각·보유 부동산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긴 했지만 동시에 해외 대규모 호텔사업·신규 항공기 도입을 진행하며 '언 발에 오줌 누기'격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당장 내년 초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 목표시한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의 신규 부채 조달이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장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5000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주까지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접수 받았다.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항공사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도 리테일 투자자(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 관계자는 "담보가 확실한 유동화증권이지만, 사실 매출채권과 같은 담보는 (유사시를 대비해) 아껴둬야 하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ABS는 통상 현금유입이 확실한 장래매출채권과 같은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기 때문에 일반채권 대비 신용등급이 높다. 일반투자자들이 대한항공 공모채엔 투자하지 않고 ABS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저금리에 기인한 우호적인 조달환경을 활용해 자산유동화증권을 계속 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내년에도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하락한다면 채권을 운용하는 기관들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696.9%를 기록한 상황에서 2017년까지 7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신규 항공기 49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해엔 총 7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했다. 기종은 A380, B777F 등인데 시장에 알려진 각각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대당 4000억원, 3500억원에 달한다.

      신규 항공기 도입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부채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매달 할부금을 지급하는 금융리스 방식으로 대부분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리스로 항공기를 도입하면 부채가 늘어나는 동시에 자산도 늘어나지만 자산은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결국 부채비율만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항공기를 매각한 후 다시 리스해 사용하는 운용리스 방식을 계속해서 제안했다. 그러나 이 경우 매달 대여금을 지급해야하는 데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아나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자연히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위원은 "한진해운의 내년도 만기도래 회사채가 7000억원 정도에 이른다"며 "한진해운은 1년 연장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노후 항공기 3대를 매각해 800억원 정도를 확보했다"라며 "내년까지 10대를 추가로 매각해 1700억원 정도를 더 마련할 계획이고, 추가로 항공기를 매각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재무구조 발표안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재무구조 감축안을 발표한 대부분의 기업이 실제로 계획대로 재무구조 개선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한항공도 현재 상황대로라면 부채비율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대폭으로 하락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