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IB업계…대표주관 선정에 매진할 것"
입력 2014.12.09 09:00|수정 2014.12.09 09:00
    [문성형 신한금융투자 IB본부장 인터뷰]
    “DCM 순위 더 끌어올릴 것…ECM·M&A는 시간 더 필요"
    "야성 부족했던 직원들 강해지고 있어"…신한 CIB 정착 기대감
    • [11월19일 10: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제 목표는 단순합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이 하는 일에 그저 이름만 올리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 신한금융투자도 어떤 딜(Deal)이든지 대표주관사가 되는 것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국내 금융업계에서 '신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관리'이다. 지난해 초 문성형 본부장(사진)이 신한금융투자 IB본부로 첫 출근을 했을 때의 느낌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른바 IB 사관학교로 불리는 KDB대우증권 출신인 문 본부장이 봤을 때 신한금융투자 IB본부는 IB 하우스라기 보단 은행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단 엄격한 리스크 관리 잣대를 앞세워 무리하진 말자는 의식이 팽배했다.

      문 본부장은 칼을 빼 들었다. 당장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직원들의 '야성'을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단숨에 하냐'는 불만들이 속출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IB맨은 은행원과는 달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왔을 때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을 워낙 많이 시켰으니까요. 그런데 기존에 하지 않았던 일, 안 될 거라고 했던 일을 해보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하나 둘씩 저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은 늘었을 겁니다."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까지 인베스트조선 집계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주선 순위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주관과 인수 모두 톱3에 이름을 올리며 오랜만에 '이름값'을 했다. 이전 같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딜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표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공동주관사, 인수사로 이름을 올려도 실적을 올라가지만, IB업계에선 결국 대표주관이 진짜 '실력'이라고 문 본부장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성형 본부장은 "그 전엔 공동주관, 인수사로 이름을 올려도 만족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IB업계는 1등만 기억하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딜에 이름을 올리기보단 적은 딜이라도 대표주관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직원들에게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 우량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을 맡았다.

      문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중국 관련 사업이나 주식자본시장(ECM), 인수합병(M&A)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다만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해 꾸준히 씨앗을 뿌리겠단 생각이다.

      그는 “ECM이나 M&A 딜에선 사실 트랙레코드가 중요한데 사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트랙레코드는 없다"며 "하지만 작은 딜이라도 대표주관을 담당하면서 시장에 신한금융투자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본부장은 2~3년 뒤에는 ECM과 M&A파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

      중국 사업도 아직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하지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회계 부정 이슈로 중국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어려운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국내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실사가 더 꼼꼼하게 이뤄졌고, 그 기준을 통과한 기업들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국내 증권사 중에 중국 인력을 유지하는 곳은 몇몇뿐인데, 우리는 지속적으로 중국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지금까지는 비용만 발생하는 사업이지만, 딜 하나만 성공하면 비용을 회수 할 수 있고 두 개 이상부터는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본부장은 신한은행과의 시너지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증권의 통합 조직인 CIB(기업투자금융)를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이미 그 성과도 나오고 있다.

      그는 “기업을 찾아가면 담당자들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다른 회사로 보지 않고 '신한'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은행에서도 증권 관련 딜은 우리에게 넘겨주고, 우리도 은행에서 할 일은 은행 쪽으로 소개를 시켜주는 등 영업현장에서 CIB의 시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올해 실적을 자평하자면

      “DCM 부문에서 이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다. 예전보다 고객 커버리지가 확대됐다고 생각한다. CIB라는 조직을 통해서 은행과 증권이 협력하자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서서히 시너지가 나고 있다. 직원들한테도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주문했다. 안 된다는 생각보단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주문했고,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는 인수단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단독대표주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를 돌이켜 보면 자신감을 갖게 된 한 해라고 생각한다”

      - 반면 ECM 부문은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인데

      “ECM 딜은 아무래도 자기자본 확충과 관련된 딜이다 보니 친밀함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연초만 하더라도 자본시장이 커지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빅 이슈어(Big Issuer)들이 많이 나왔다. 큰 딜에서의 성과는 어떻게 보는가

      “기업공개(IPO) 부분은 어느 기업이든 오너와의 연관성이 크다. 더불어 트랙레코드가 중요하다. 삼성 관련 딜 등이 많이 나왔는데, 트랙레코드가 없다 보니 사실 큰 딜을 많이 따내지는 못했다. 결국, 삼성SDSㆍ제일모직 등의 IPO도 빅 3에서 갈렸다. 당장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직원들에게 200억~300억 규모 딜이라도 일단 대표주관을 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자고 주문했다. 당장 큰 딜을 따내기는 힘들어도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트랙레코드가 되고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IPO 시장만 보더라도 중국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본다. 회계 이슈를 투명하게 한다면 수익원으로썬 국내 기업 상장보다 낫다고 본다. 아직도 중국 관련 팀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금은 안 되더라도 1번을 성공하면 그간 들어간 비용 회수가 가능하고 2개 이상을 해낸다면 분명 남는 몫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 이슈가 불거진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 남들이 움츠러든 이때에 신한금융투자가 하고 있다는 시그널만 주어도 이는 트랙레코드가 된다고 본다.”

      - M&A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는지

      “M&A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의 전략은 틈새시장을 노리자는 거다. 1000억~2000억원 정도의 국내 딜이 우리가 노리는 시장이다. 작은 거라도 꾸준히 해나간다면 결국 트랙레코드가 쌓일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은행에서도 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같이 협력한다면 수익이 더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KDB대우증권과 산업은행의 관계와 현재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한의 모델이 강점이 있다고 본다. 신한은 은행과 증권이 관련 업체를 서로 소개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발행사에서도 점점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른 은행계열 증권사의 경우 증권과 은행을 분리해서 생각하지만, 신한은 하나의 조직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DCM은 더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ECM은 긴 안목에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한국가스공사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신종자본증권 시장은 얼마나 더 커진다고 전망하나

      “자본 확충 차원에서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발행하는 것인데, 이런 니즈(Needs)가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자금은 있으나 주가가 안 바쳐줘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본다”

      - 내년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는 어느 정도라고 예상하나

      “밝다고는 보지 않는다. 기업들이 투자 계획이 있어야 할 텐데, 현 상황에서 올해나 내년이나 큰 변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시장의 변화 및 일본의 엔화 가치가 중요하다. 그다지 희망적이진 않다. 결국 자금조달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자기자산을 얼마나 활용할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본다. 기업들도 자산을 활용한 자금조달 방안에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 국내 대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어떻게 보나

      “낮은 금리 영향으로 기업들의 차환 발행 수요가 있었다.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금리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차환 발해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기업들 입장에선 은행과 회사채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를 저울질해 볼 것이다. 다만 IB하우스 입장에선 3년 만기 조건의 회사채가 차환 발행 시 5년, 10년 등으로 기간이 늘어나 그만큼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측면은 있다.”

      ◇ 학력 및 경력

      - 1989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1997년, 대우증권 기업인수금융 부서장
      - 2007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부서장
      - 2008년, 대우증권 기업금융 부서장
      - 2010년, 대우증권 IPO 담당 임원
      - 2013년 1월~,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