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인수 수수료 곤두박질…대형증권사 덤핑 탓
입력 2014.12.10 08:30|수정 2014.12.10 08:30
    우리·한국·미래證이 덤핑 주도
    평균 수수료 1.2%…전년比 0.29%p 줄어
    유상증자 수수료율, 1%선 무너져
    • [12월09일 09:2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증권사가 주식을 인수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점점 더 박해지고 있다. 올해 주식 인수 평균 수수료율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던 지난해보다도 떨어졌다. 특히 유상증자 인수 수수료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선이 무너졌다.

      증권사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증권사들이 먼저 수수료 후려치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평균 수수료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인수 수수료율을 크게 낮췄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에서 공모로 거래를 진행하며 기업들이 증권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1019억원이었다. 대표주관수수료 및 모집주선 거래를 제외했으며 11월30일까지 제출된 증권신고서 기준이다. 발행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기업공개(IPO)의 경우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체 인수 규모는 8조4693억원이었다. 평균 수수료율은 1.20%다. 증권사들은 올해 평균적으로 100억원 규모 발행에 대한 주식인수 책임을 부담하며 1억2000만원을 수수료로 받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수수료율 1.49% 대비 0.2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평균 수수료율이 지난해 대비 20%나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비 주식을 3조4440억원 더 인수하고도 수수료는 273억원밖에 더 받지 못했다.

      유상증자 부문의 수수료율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증권사들은 공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3조4181억원 규모의 주식인수계약을 맺고 256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평균 수수료율은 0.75%였다. 지난해 유상증자 부문 평균 인수 수수료율은 1.31%였다. 1년 새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유상증자 부문 수수료 출혈경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엔 공모 시장의 효자상품이었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금지되며 IB 영업인력들이 대부분 유상증자 시장으로 몰렸다. 여기에 실권 위험을 줄여주는 구주주 초과배정 등 일부 제도적 변화가 더해졌다. 주주배정만으로도 공모 주식을 소화할 수 있게 되자 발행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유상증자 주관을 통해 가장 많은 수수료(25억2031만원)를 벌어들인 우리투자증권의 평균 인수 수수료율은 0.48%에 불과했다. 5520억원 규모 GS건설, 1663억원 규모 메리츠금융지주 유상증자에서 0.25%의 인수수수료를 받았다. GS건설의 경우 대표주관을 맡으며 대표주관수수료로 일부 수수료를 더 받긴 했지만, 그래도 수수료율이 0.45%에 머문다.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평균 수수료율은 0.44%였다. BS금융지주의 5145억원 증자를 대표주관하며 0.30%(대표주관수수료 제외)의 수수료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보다도 낮았다. 0.20%였다. 한미약품의 946억원 규모 증자에서 0.20%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자본시장을 선도하던 주요 증권사들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컸다. 대형증권사들이 앞서서 수수료를 후려치자 이보다 교섭력이 낮은 중견·중소 증권사들도 수수료율을 높여 부르기 어려워졌다. KB투자증권(0.48%)·LIG투자증권(0.86%)·대신증권(0.6%) 등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들도 유상증자 평균 수수료율이 1% 미만이었다.

      IPO 시장 평균 수수료율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다. 증권사들은 IPO 공모를 진행하며 모두 4조7332억원 규모 주식을 인수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657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평균 수수료율은 1.39%로 전체 평균 수수료율보다 높았다.

      제일모직·삼성SDS 등 조 단위 대형 거래를 진행한 회사들도 IPO 수수료율은 1%선을 지켜줬다. 여기에 상품 구조상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는 증권사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28곳이나 상장하며 뒤를 받쳤다.

      지난해 IPO 시장 평균 수수료율은 2.40%였다. 올해 IPO 시장 규모의 57%를 차지한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1%의 수수료율을 제시하며 평균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IPO를 통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수수료 총액은 지난해 314억원에서 올해 65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주식연계증권(ELB) 시장은 규모 자체가 크게 줄며 의미있는 숫자가 나오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3180억원의 ELB를 인수하며 평균 1.76%의 수수료(총56억원)를 받았는데, 이는 2000억원 규모 두산건설 전환사채(CB)의 인수 수수료율이 1.7%였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평가다.

      한 중소형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선두 주자는 품질로, 후속 주자는 가격으로 승부하는데 IB업계에선 선두 주자들이 품질 차별화가 되지 않아 가격후려치기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업계의 난점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수수수료, 대표주관수수료 및 모집주선수수료를 모두 합해 올해 주식관련 거래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은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136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117억원), 삼성증권(87억원), 대우증권(71억원), KB투자증권(6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