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금조달 창구 '소액공모' 자취 감춰
입력 2014.12.10 08:30|수정 2014.12.10 08:30
    올해 ELB시장 사모가 97% 차지…산업은행이 큰 손
    • [12월09일 09:0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2014년은 주식연계증권(ELB) 발행 시장의 축소와 사모화(化)에 가속이 붙은 한 해였다. 시장 규모가 예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고, 중소기업의 핵심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였던 소액공모가 완전히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ELB 시장에 투자하며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왕년의 큰손이었던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캐피탈)의 투자 규모는 크게 줄었다.

      올 들어 11월 30일까지 제출된 증권신고서 및 발행공시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결과 올 한해 ELB 시장에선 모두 248건의 거래가 진행돼 총 2조9377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지난해 시장 규모 대비 40%, 최근 3년간 연평균 ELB 시장 규모 대비 30%가량 줄어든 수치다.

      248건의 거래 중 공모는 9건에 불과했다. 사모 거래가 239건으로 97%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 중 사모 비중은 2012년 82%에서 지난해 95%, 올해 97%로 급증했다. 공모발행 규모도 총 4251억원으로 지난해(1조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규모 기준 사모 비중 역시 2012년 72%에서 올해 86%로 늘었다.

      특히 올해엔 10억원 미만 소액공모 발행이 단 한 건도 없었다. ELB 소액공모 수는 2012년 40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줄어들더니 올해엔 자취를 감췄다. 소액공모는 2009년 금융당국에서 시장 과열을 이유로 발행 한도를 20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줄였을 정도로 흔한 자금조달 수단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B 소액공모가 자취를 감춘 건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라는 공모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사라지며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진 탓"이라며 "투자자 모집 및 조건 조율이 상대적으로 편리한 사모 시장으로 모두 옮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로 재편된 ELB 시장에서 가장 돋보였던 투자자는 산업은행이었다. 산업은행은 19건의 사모 발행에 참여해 모두 1038억원의 ELB를 인수했다. 주로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혹은 운영자금 마련 용도의 발행이었다. 단일 기관 ELB 투자로는 압도적으로 최다 건수다.

      업종별로 가장 많은 사모 ELB를 인수한 곳은 증권업계였다. 모두 36건의 거래에 참여해 2514억원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중 18건, 1444억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따른 전환사채(차환규모의 10%) 발행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증권업계의 사모 ELB 인수는 18건, 107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셀다운(인수 후 매출)을 염두에 두고 채권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진성 투자인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지난해 86건의 거래에 참여해 3752억원어치의 사모 ELB를 인수했던 캐피탈의 올해 인수 규모는 13건, 1050억원에 그쳤다. 2010년 4000억원 이상을 인수하며 사모 ELB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저축은행은 업계 구조조정을 거치며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올해 9건의 거래에 참여해 370억원을 인수하며 명맥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