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3위 오른 신한금융투자 '이유 있는 선전'
입력 2014.12.10 08:40|수정 2014.12.10 08:40
    우리투자·KDB대우증권 제쳐
    '대표주관' 최우선하는 전략 구사
    회사채 발행·주선 등 '양질의 성장'
    • [12월09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간의 채권자본시장(DCM) 주선 타이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리 소문 없이 선두권에 올라 선 증권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신한금융투자로 회사채 시장 전통 강자인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을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 2년 전 재정비에 들어간 신한금융투자는 '대표주관'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10월말에 이미 전년 전체 주선 실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투자는 대표주관사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신한은행과의 시너지를 확대, DCM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1월30일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올 들어 총 7조103억원어치의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 포함, 일괄신고 제외) 발행을 주관했다. 이는 전년 전체 주관 실적인 5조557억원을 2조원가량 뛰어넘은 실적이다. 여타 상위권 증권사들의 실적이 주춤하거나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선전했다.

      전체 주관 순위도 전년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회사채 시장에서 군림해 온 전통의 강자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을 제치고 올라선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

      단순히 양적인 면에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ABS 주선 실적은 이동통신사 단말기채권 유동화를 도맡으며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반 회사채 주선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총 3조8066억원어치의 일반 회사채를 주관하며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이 중 97%가 넘는 3조7066억원이 대표주관으로만 구성돼 있다. 공동주관에 이름을 올린 건은 에쓰오일(600억원), LG유플러스(400억원) 정도다. 이는 철저히 '대표주관'에 초점을 맞춘 신한금융투자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 신한금융투자의 체질 개선은 2년 전 KDB대우증권에서 투자은행(IB) 업무로 잔뼈가 굵은 문성형(사진) 상무가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선임되면서 시작됐다. 문 본부장은 IB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주관'이라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IB 하우스라면 어느 딜(Deal)에서건 대표주관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형 본부장은 "그 전엔 공동주관, 인수사로 이름을 올려도 만족하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IB업계는 1등만 기억하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딜에 이름을 올리기보단 적은 딜이라도 대표주관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직원들에게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정한 평가는 이어졌다. 주식자본시장(ECM)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트랙레코드가 없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CM과 M&A파트는 작은 딜이라도 대표주관을 맡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서 2~3년 뒤의 성과를 기대하는 대신, 당장은 DCM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까지 신한금융투자가 주선한 대규모 발행 중 대부분이 ABS였고, 이것도 단말기채권 유동화였다. 하지만 올해는 SK텔레콤, 현대제철, 현대중공업을 위시한 일반 회사채의 발행이 대규모 발행 주선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금의 DCM 리그테이블 순위를 지속적으로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ECM과 M&A 등 IB 사업 다각화를 위해선 DCM 업계 수위권에 올라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DCM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관련 자금 소요도 늘 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장기채 선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차환 발행 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그룹만의 은행-증권 통합 조직인 CIB(기업투자금융)를 통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뚫어 지금의 DCM 영향력을 더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문성형 본부장은 "기업들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다른 회사가 아닌, 하나의 '신한'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은행에서도 증권 관련 딜은 우리에게 넘겨주고, 우리도 은행에서 할 일은 은행 쪽으로 소개를 시켜주는 등 영업현장에서 CIB의 시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