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등 팬오션 인수후보들 자금 확보 난항
입력 2014.12.11 11:26|수정 2014.12.11 11:26
    팬오션 최저입찰가 8500억원…은행권 "어떤 후보라도 인수금융 제공 어려워"
    팬오션 지분 외에 별도 담보 필요…"하림에 담보 제공 가능 목록 요청"
    "KKR 등 PEF, 별도 담보 확보 더 어려워…팬오션 매각 성사 안개 속"
    • [12월09일 17: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팬오션 본입찰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인수후보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하림 컨소시엄)이 본입찰 참여에 걸림돌이 생겼다. 법원이 팬오션 최저입찰가로 유상증자 8500억원을 확정하면서 하림컨소시엄에 인수자금을 빌려줄 예정이었던 금융회사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컨소시엄은 인수금융 주선사로 하나대투증권을 선정했지만 함께 인수자금을 댈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은행은 참여 검토를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내부 검토중이지만 긍정적인 입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회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팬오션의 실적 개선 효과에 따른 현금흐름(배당 등)을 인수자인 하림으로 이전시키기 어려운데다 인수금융의 담보인 팬오션 주식 가치가 하락할 경우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채권보전조치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법원이 제시한 8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3억4000만주(주당 2500억원 이상)의 팬오션 주식을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팬오션 지분 58%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도 하락해 채권보전에 나서야 한다. 이를 막으려면 하림그룹이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담보를 줘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하림에 추가 담보 제공을 요청했으며 금융회사들은 담보의 질과 규모를 보고 인수금융 참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당초 인수가를 6000억~7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최저입찰가격이 올라가면서 인수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면서 “하림그룹이 팬오션 지분을 인수한다고해도 보유지분(58%)만으로 대규모 배당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재원 확보가 쉽지 않고, 하림의 현금창출력 역시 대출규모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결국 믿을 만한 추가적인 담보 없이 하림그룹의 신용도에만 의존해 대규모 인수금융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좋아할만한 담보자산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하림그룹 보유회사 가운데 NS쇼핑이 매력적이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주로 돼 있는데다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고 하림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인수금융 담보로 요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담보로 내놓는 데 있어 법적인 걸림돌도 있다. NS쇼핑은 하림홀딩스의 자회사이지만 이번 팬오션 인수 주체는 하림그룹의 다른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이후 경영을 잘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인수금융 주선을 맡은 하나대투증권은 은행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자, 한국투자증권에 인수금융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한투는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하림그룹의 차입금 가운데 유산스 등을 제외한 실질 차입금 규모는 상각전이익(EBITDA) 대비 1~2배 수준이고, 미사용 여신 한도와 제일홀딩스의 자회사 가치 등을 감안했을 때 인수 자금을 준비하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난색을 보이는 것은 비단 하림컨소시엄만의 얘기는 아니다. KKR을 비롯한 사모펀드(PEF)의 경우 채권보전대책 조차 강구할 수 없어 금융회사들이 인수금융 참여에 부정적이다. 하림그룹의 경우 오너의 의지여부에 따라 추가 담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사모펀드들은 팬오션 지분이 유일한 인수금융 담보이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실적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거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갈 경우, 인수금융을 제공한 금융회사들이 PEF에 끌려 다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인수금융을 받기가 더 힘든 상황이다. KKR의 인수금융 참여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다른 후보인 대한해운-SM그룹 컨소시엄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해운컨소시엄에는 한국산업은행이 인수금융 주선사로 뒤를 받치고 있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인수까지 1조원 이상을 써가며 인수전에 나설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해운은 팬오션측의 반대로 제대로된 예비실사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며 SM그룹은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어 자금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인수 후보자들이 자금 모으는데 난항을 겪자 이번 팬오션 매각이 불발로 끝날 것이란 예상도 거론되고 있다. 하림컨소시엄도 최저입찰가 8500억원에 부담을 느끼고 본입찰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법원과 팬오션측이 "올해보다는 2~3년 후 매각을 생각하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팬오션 본입찰은 오는 1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