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증거금 신기록 제일모직, 수요예측은 SDS보다 약세
"회사 정체성이 뭐냐" 사업구조 차이가 반응 차이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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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잇따라 기업공개(IPO) 공모 흥행에 성공한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디테일'은 조금 달랐다. 삼성SDS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좀 더 받았다면, 제일모직은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끌어냈다.
이는 일정부분 두 회사의 사업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IT서비스와 시스템토합회사로 사업 영역이 분명한 반면, 패션·건설·레져·급식사업이 한 데 섞인 제일모직은 지배구조 관련주로 좀 더 관심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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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마무리된 제일모직 공모 청약엔 29조7000억여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역대 최대 기록이자, 한달 전 삼성SDS의 15조5520억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반면 앞서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는 삼성SDS에 1075곳이 참여해 6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제일모직엔 849곳이 들어와 45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공모 모두 흥행몰이를 한 가운데 삼성SDS에선 기관들의 선호가, 제일모직에선 개인들의 선호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전산실'로써 IT서비스라는 확실한 사업을 갖고있다. 4자물류 시스템구축 등 연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실적도 상승 추세다.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 입장에선 사업이 확실하고 실적이 나오니 투자 근거를 만들기에 편리하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삼성SDS는 제일모직보다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다. 삼성SDS는 올 3분기까지 5조72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06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제일모직의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6149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삼성SDS의 3분의 1인 1352억원에 머무른다.
제일모직은 상장 전부터 기관들의 분석 및 가치산정(밸류에이션)이 쉽지 않은 회사로 꼽혔다. 서로 큰 관련이 없는 4가지 사업부문이 하나의 회사에 합쳐져 있어 회사의 정체성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사업 부문별로 매출이나 수익 비중을 고려해 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일 뿐더러, 상장 후 특정 부문의 돌발 이슈 때문에 전체 기업 가치의 변동이 클 수도 있다는 점이 기관들의 고민이었다.
다만 제일모직에는 공모 전부터 '진짜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주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의 '머리'이자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열쇠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이는 올해 지배구조 관련 주식들의 급등세를 지켜본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사실 제일모직은 설명회(IR)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정체성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회사"라며 "한국식 재벌과 경영권 승계문화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좀 더 매력적인 주식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