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한파에 '진공상태' 빠진 삼성
입력 2014.12.15 09:27|수정 2014.12.15 09:27
    [Weekly Invest]
    삼성전자 "소폭 조직개편" 발표 불구 부진사업 인력 구조조정 진행中
    부진 계열사 임직원들도 숨 죽여…"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
    • [12월1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그룹 첫 조직개편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함인가, 아니면 당장의 고비용 저효율을 척결하기 위함인가"

      연말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은 내부 임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임직원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다. 회사에 남게 되면 미래 경쟁력 강화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언제든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같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뒤숭숭하다.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깜짝' 빅딜(Big Deal)을 제외하면 '안정'을 위해 소폭의 조직개편에 그칠 줄 알았다. 실제로는 부진한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주력 계열사라도 부진한 사업부는 소리 소문 없이 인력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다. 연말 삼성그룹은 말 그대로 '진공상태'에 빠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해외법인에 대한 통합작업은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반면 시장에서 예상했던 IM(무선사업) 부문과 CE(생활가전) 부문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DS(부품) 부문을 포함한 3개 사업부문이 그대로 유지됐다.

      회사 측도 "3개 부문을 독립적으로 이끌고 있는 현 사업체제를 유지하면서, 현장 조직을 강화하고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폭의 변화를 줬다"며 "구조조정이나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올 한 해 부진했던 IM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 전무, 부사장급의 상당 수 임원들이 퇴임이나 자문역 통보를 받아 현직에서 물러났다. 신종균 사장은 일단 유임됐지만 구조조정 한파가 서초동 사옥은 물론 수원사업장까지 몰아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한파가 예고편이라는 데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추세를 보면 올해를 기점으로 사실상 꺾인다고 보면 된다"며 "회사에서도 이를 인식, 지금의 라인업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돌려 마진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결국 구조조정 대상은 무선사업부가 될 수밖에 없고,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직원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 IM부문 인력은 2만8000여명이며 이 중 무선사업부가 80%에 달한다.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가 이 정도니, 그렇지 못한 계열사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공업 계열사들은 업무 공백 상태에 빠졌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일단 무산됐지만, 여전히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9본부 3실 조직을 9본부 2실로 축소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고, 산하의 영업팀을 조선시추사업부, 해양생산사업부 등 조선 관련 양대 사업부로 이관했다. 또 조선시추사업부, 해양생산사업부 산하 기본설계팀을 기술영업팀으로 재편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에서 거론되던 건설인력의 다른 삼성 계열사 이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재합병 추진 등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구조를 슬림화한 것만으로도 합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작업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선 임원인사만 보더라도 삼성중공업의 경우 부사장 4명을 포함한 임원 10여명이 지난 3일자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비핵심 사업 부서에선 풍력영업팀장과 전력솔루션팀장이, 또 적자 폭이 큰 해외법인장들이 물러났다. 삼성엔지니어링 재무 및 인사 임원들은 삼성중공업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내년 전망은 밝지 않다. 유가 하락 지속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력 사업의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끝난 만큼 합병 재추진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비주력 계열사 4곳이 다른 그룹에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그룹 내에서 비주력으로 지목된 계열사 또는 사업부의 직원들은 언제 자기 차례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실정"이라며 "내년 연초까지는 이 같은 진공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는 삼성그룹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이 국내 재계는 물론 중견 및 중소기업들에도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이뤄지는 첫 개편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어느 선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할 지가 관건이다. 다만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지에 대해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이 한창 번창할 때 엄청난 수의 인력들을 빨아들이고선, 이제 그 사업이 안 될 듯 하니 몸집을 줄이며 인력 구조조정까지 한다는 것은 삼성 정도의 글로벌 기업 입장에선 조금은 근시안적인 조치"라며 "이 부회장의 첫 조직개편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단초가 될지, 아니면 현실 유지를 위한 비용 측면 해결로 끝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