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옥석 가리기…기관들 규정 위반 정황도
입력 2014.12.16 09:00|수정 2014.12.16 09:00
    골든브릿지 2호·SK 1호 공모 철회…올해 첫 사례
    "일부 기관, IR서 접촉 기업 정보·예상 상장 일정 설명 요구"
    • [12월15일 14:3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상장 공모가 12월에 대거 몰리며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이런 와중에 일부 기관투자가가 사전 합병기업 내정 정보 등을 요구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골든브릿지스팩2호와 SK스팩1호는 지난 12일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을 전후해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반응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까닭이다. 기관 배정분의 소화가 어려워 보이고, 이에 따라 일반공모의 성공 가능성도 작아지자 공모를 철회한 것이다.

      이는 28곳의 스팩이 상장하거나 상장을 앞둔 올해 처음 나온 사례다. 앞서 수요예측 및 공모청약을 진행한 스팩들은 대부분 무난하게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8월 상장한 우리스팩3호는 청약 경쟁률이 285대 1에 이르기도 했다.

      골든브릿지스팩2호·SK스팩1호 등과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교보3호스팩이나 KB5호스팩 등은 기관 투자 모집에 성공해 일반 공모를 앞두고 있다. 기관들이 될성부른 스팩을 골라 투자하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다. 12월에 공모 청약을 예고한 스팩만 13곳이었다. 8일부터 10일 사이에만 6곳 스팩의 수요예측이 진행됐다. 기관들 입장에선 모든 스팩에 비슷한 비중의 투자를 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스팩의 메인스폰서가 되는 증권사의 합병 성공 트랙레코드 등을 참고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일부 기관이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잣대로 투자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스팩은 규정상 상장 전 합병 대상 기업 물색이나 접촉이 금지돼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관은 스팩 상장을 위한 설명회(IR) 과정에서 ▲합병대상기업과의 논의 진척 여부 ▲예상 상장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캐묻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한 스팩 관계자는 "기관들의 잣대는 이미 스팩이 얼마나 빠르게 합병해 단기간 내 수익을 올리게 해줄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며 "규정에 충실해 사전접촉을 자제하는 증권사는 공모에 성공하기 힘든 분위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접촉 및 정보 유출 의혹은 스팩 시장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발견이나 처벌은 쉽지 않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스팩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교보증권 등을 점검했지만 이렇다 할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교보위드스팩은 지난달 초 상장 직후 주가가 30% 이상 급등해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일었지만, 교보증권 측에서는 "(정보 유출은)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