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비중 커진 한화, 우려와 기대 동시에 커졌다
입력 2014.12.19 08:33|수정 2015.07.23 06:51
    삼성계열사 인수시 매출액 3.6조→13.8조…여천NCC 감안시 국내 1위
    중단기적 석화 업황 개선 힘들 전망…그룹 전체 변동성 커져
    • [12월17일 16: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석유화학업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번 '빅딜'을 통해 한화는 매출액 기준 국내 석유화학 업계 4위 업체로 오르게 된다.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고 중단기적으로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빅딜의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한화그룹이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게 되면 석유화학부문 매출액(2013년 기준)은 3조5910억원(인수 전) 수준에서 13조8120억원(인수 후)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대림산업과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여천NCC 매출액(7조7000억원)을 감안할 경우 국내 1위 수준으로 뛰어 오르게 된다. 또한 기존에는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염소가성소다(CA)만 생산하다가 파라자일렌(PX), 테레프탈산(TPA) 생산능력도 갖추게 돼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된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넓어지면 위험도 분산된다"며 "더 많은 종류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돼 업황에 따른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제품군마다 업황 사이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석화 담당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제품군이 다양해지더라도 그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에 대해 평가 절하했다.

    • 석유화학부문 매출액이 증가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이번 빅딜을 통해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18%에서 41%로 증가하게 된다.

      석유화학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대폭 증가하게 된 점은 향후 한화그룹의 변동성이 석유화학 경기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사업다각화 수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분산돼 있었으나 석유화학부문의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향후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건설의 불확실성과 석유화학부문 업황 불확실성까지 안고 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석유화학 비중이 커짐으로써 사업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이번 빅딜을 통해 사업 집중도를 높임으로써 이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빅딜을 통한 사업적 시너지의 경우, 나프타 대량구매 등을 통해 원가절감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이 대산에 위치하고 있고, 한화계열 회사들은 여천·울산 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힘들 것이란 평가다. 

      향후 석유화학 수요가 중단기적으로 개선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중국 성장률 둔화가 이어짐에 따라 중국 석유화학 수입수요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수요견인을 할 만한 동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유가 하락이 석유화학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예측이 엇갈렸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에 석유화학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자는 최소 물량만 구매하고 재고량을 적게 가져가려고 한다"며 "유가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은 회사 실적에 부정적이다"고 밝혔다.

      원재료가격이 떨어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현재로선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한얼 연구원은 "원재료인 석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로 인한 이익을 누리려면 하락세가 멈춰야 한다"며 "향후 유가 흐름에 대해선 전망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유가 흐름을 놓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장호준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은 정유업만큼 유가와 연동되지 않고 또한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으로 현재는 유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인수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계속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인수 이후 시점에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실적이 유가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류승협 한신평 실장은 "한화그룹은 대규모 자금조달 부담을 안게 됐고, 석유화학산업 업황에 따라 그룹 전체 매출이 달라지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며 "동시에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간 태양광사업 적자·기존 사업 수익성 저하가 이어져 이를 전환시킬 승부수가 필요했고 이번 빅딜은 적시성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