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번엔 BMW 임원 영입…독일 기술 DNA 수혈될까
입력 2014.12.22 08:46|수정 2014.12.22 08:46
    [Weekly Invest]
    BMW 'M시리즈' 담당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 영입
    피터 슈라이어 사장 이어 두 번째 외국계 임원
    "R&D 투자 확대 일환"
    "영입 성공여부는 지켜봐야" 의견도
    • [12월21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자동차가 아우디 출신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에 이어 독일 BMW 출신 연구개발(R&D) 임원을 영입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를 비롯한 기술력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풀이된다. 단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에 새로운 DNA를 수혈하게 될지, 반대로 영입 인사가 현대차의 기업문화에 익숙해 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알베르트 비어만 BMW 부사장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독일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시리즈'의 개발총괄을 담당해온 알베르트 비어만(Albert Biermann) 기술개발 총괄부사장을 영입할 계획이다. 최근 계약이 완료된 상태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 업무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비어만 부사장의 영입은 지난 2006년 아우디TT 모델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스카우트 이후 두 번째 외국 브랜드 임원의 영입 사례다. 1983년 BMW 그룹에 입사한 비어만 부사장은 모터스포츠·섀시 개발총괄 등을 거쳤다. 특히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시리즈'의 기술개발 총괄을 맡아, BMW에선 핵심 개발인력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현대차가 전기차를 비롯해 낮은 연비개선·고성능 자동차 개발 등에 소홀하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가 고성능·고효율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증권사 자동차 담당 한 연구원은 "R&D분야에서 외국계 자동차 기업의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며 "최근 현대차그룹이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발표하고 R&D 분야의 투자비용을 늘리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유럽 등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 속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연비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도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인 델파이와 고연비 가솔린 엔진(GDCI)을 공동개발 중이다.

      일단 시장의 기대감은 크다. 단 비어만 부사장의 영입의 성공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 현대차가 2006년 아우디(AUDI)와 폭스바겐(volkswagen)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하면서 자동차의 디자인은 획기적으로 변모했다.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K3·K5·K7)'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현재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K5의 경우, 한국과 미국·유럽 등지에서 디자인을 상을 휩쓸 정도로 당시엔 혁신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기아차의 매출과 직결돼 실적을 견인해 왔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보수적으로 변해간다는 지적이 속속 나온다.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영입초기 독일 명품차의 DNA를 수혈하며 현대차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던 피터 슈라이어가 8년여가 지난 현재, 현대차의 보수적이고 답보적인 문화에 물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경질설이 돌 정도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차의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며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모두를 담당하고 있는 최근에는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많다"고 말했다.

      한 명의 유능한 디자이너의 영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현대차가 이번에도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어만 부사장 영입이 같은 사례로 남을지, 실제로 현대차에 새로운 DNA를 수혈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