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레이징 나선 KTB PE, 자존심 회복할까?
입력 2014.12.23 09:07|수정 2014.12.23 09:07
    올해 대규모 블라인드 PEF 결성 무산되며 '1세대 PEF' 명성 퇴색
    LG실트론 등 투자회수 난항…펀드 결성 통해 분위기 반전 꾀해야
    • [12월21일 14:0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B 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근 새로운 사모펀드(PEF) 결성을 본격화하며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대규모 블라인드 PEF 결성이 무산됐고, LG실트론 등 일부 투자도 실패하며 체면을 구긴 터라 이번 펀드 결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PEF 업계에 따르면 KTB PE는 최근 성장사다리펀드가 추진하는 중소·중견 해외진출 PEF 위탁운용사로 지원해 심사를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추진하는 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PEF의 운용사로도 선정돼 100억원을 받는다. 중국 산파워(San Power)그룹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출자확약(LOC)도 확보했다.

      KTB PE는 이들 자금을 모아 1000억원 이상의 블라인드 PEF를 결성할 계획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PEF 업계에선 펀드 결성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순탄치 않았던 KTB PE가 이번 펀드마저 원활히 결성하지 못할 경우 향후 활동에도 큰 제약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KTB PE는 ‘국내 1세대 PEF’로 KTB투자증권 시절부터 수 천 곳의 기업에 투자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PEF 업계 핵심 인력 대부분이 KTB PE를 거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력양성소’로서의 역할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의 명성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많다.

      KTB PE는 최근 몇 년 사이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 동양매직, 대한해운 등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배타적협상기간 동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거나 자금을 조달에 실패했고, 컨소시엄을 이뤘던 회사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KTB PE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투자금 모집에 실패해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던 큐캐피탈도 참여시키며 지난 5월 인수계약을 맺었다.

      이 즈음엔 새 블라인드 PEF의 자금 모집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KTB PE는 지난해 9월 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펀드 운용사로 선정됐고, 1500억원을 출자 받기로 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이어 대규모 블라인드 PEF 결성까지 가시화되자 KTB PE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펀드 결성은 눈 앞에서 무산됐다. 우정사업본부의 블라인드 PEF 운용사 두 곳(각 750억원 출자) 중 한 곳으로 최종 선정됐으나 이례적으로 탈락한 것이다. KTB PE는 당초 계획보다 결성 규모를 줄이고, 결성 기한도 3개월 연장하면서까지 펀드 결성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우정사업본부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PEF 업계의 시선도 부러움에서 우려로 다시 바뀌었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대형 출자자(LP)가 투자 의사를 접었다는 점이 다른 출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향후 펀드 자금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PEF에 참여하기로 했던 다른 기관 역시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PEF 투자 실패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LG실트론과 지난해부터 인수자를 찾고 있는 전진중공업 등 일부 투자 건도 명확한 투자회수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역시 향후 펀드 자금 모집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파인스트리트그룹의 윤영각 회장을 모셔왔지만 시너지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대했던 공무원연금의 블라인드 PEF 운용사로도 최종 선정되지 못하며 만만치 않은 경쟁을 실감하는 중이다.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KTB PE로서는 현재 추진 중인 펀드 결성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쟁력 있는 운용사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KTB PE는 일찍부터 해외 진출에 나섰고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중국 산파워그룹의 투자 유치도 이러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뤄졌다. 산파워그룹은 KTB PE의 펀드 규모가 커질 경우 투자금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에 수출입은행의 깐깐한 심사를 넘어 첫 중소·중견 해외진출 PEF 위탁운용사로도 선정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엔 얼마간 자금을 모아놓은 운용사에 기관들의 출자가 몰리는 추세다. 한 곳, 두 곳 기관들의 자금을 모으게 되면 성장사다리펀드를 비롯 다른 투자자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