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IB부문, ECM팀 재건해 강화할 것"
입력 2014.12.26 07:00|수정 2014.12.26 07:00
    [김정열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인터뷰]
    작년 하반기부터 ECM팀 재건 시작…"정상화 2~3년 걸릴 것"
    ECM 외 어드바이저리·PI·PE 부문도 강화 계획
    • [12월09일 15:5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지금이 SK증권 ECM(주식자본시장) 부문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3년을 내다보고 ECM팀을 재건하면서 투자은행(IB) 부서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고 합니다. 다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가에 몰아친 한파는 올해도 여전했다. 증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은 강력한 구조조정 효과와 일회성 요인들이 반영되며 작년 대비 상승하긴 했지만, 체질 개선은 여전히 요원하다.

      SK증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흑자 전환은 했지만, IB 부문의 수익성 회복을 위한 과제는 아직 쌓여있다. 작년 구조조정 이후 분위기가 와해한 ECM팀을 쇄신해야 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감소로 실적이 악화한 DCM(채권자본시장)팀 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이미지 크게보기
      SK증권 김정열 기업금융본부장

      이를 타개하기 위해 SK증권은 지난해 연말 IB·파생상품 전문가인 김신 전 현대증권 사장을 임명했다. SK증권은 통상 SK그룹 내 타 계열사에서 사장직을 임명하곤 했다. 그러나 침체된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엔 IB 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신임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정열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CEO가 처음 오면 업(業)과 관련된 조직문화·영업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IB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영입하면서 그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말에는 IB부문의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SK증권은 9일 IB사업부문을 기업금융본부 및 구조화본부 체제로, 법인사업본부를 법인영업본부 및 채권본부로 분리하여 사내 경쟁구도를 구축했다.

      새 수장 하에 SK증권은 ECM팀 재건을 시작으로 IB 부서 내 분위기를 전환하고 있다. DCM에 치중했던 그간의 행보에서 탈피해 그 외 부문에서 성장 모멘텀(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분위기가 침체했을 때 첫 단추부터 다시 채우자고 했다"라며 "어떤 수장을 영입하느냐가 중요했는데 다행히 팀을 잘 이끌어 줄 인물을 스카우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SK증권은 올해 상반기 삼성증권 IPO(기업공개)팀 배성환 이사를 ECM팀장(이사)으로 영입해 팀을 다시 꾸렸다. 그 결과 올해 미약하게나마 성과를 거뒀다. 여세를 몰아 내년부터는 1~2건의 IPO에 주관사로 참여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도 추진 중이다. 첫 스팩을 결성해 이달 15~16일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다. 계열사인 SK플래닛으로부터 기업정보를 제공 받아 스팩 부문에서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스팩은 ECM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DCM 부문은 시장 침체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SK증권은 한때 신한금융투자와 손을 잡고 SK텔레콤의 단말기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회사채 주관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었다.

      김 본부장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감소에 따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라며 "그러나 해운·건설 등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산업군의 기업들에겐 유동화 등의 자본확충 대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은 ECM 부문을 포함한 다른 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려 DCM 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겠다는 포석이다. 올해는 수익구조가 이전보다 다각화됐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통상 수익의 80%는 DCM 부문에서 나왔는데 올해는 이 비중이 60% 중반대로 떨어지고 대신 어드바이저리·유동화·ECM 부문에서 조금이나마 수익을 창출했다"라며 수익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끝으로 김 본부장은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마인드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증권업의 본질이 인재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변화되는 분위기에서 우리도 ECM 부문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도 책임자로서 ECM 부문에 보다 더 치중할 것이다" 이어서 "인재를 뽑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을 (현장) 경험이 많은 인재로 육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올 4월 취임한 김신 사장은 투자은행(IB)과 파생상품 분야 등을 키워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금융본부는 신임 사장의 목표치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는가

      전임자까지는 SK그룹에서 요직으로 있었던 분들께서 오셨다. 외부 산업에서 왔었다. 이번 사장님은 뼛속부터 증권맨이시다. 지점영업에서부터 인사까지 IB 부문을 두루 섭렵하셨다. 올해 사장님 목표치에 도달했는지는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 같다. 대형사에서 오셔서 그 시각으로 보면 부족했을 것이다. 사장님께서 큰 그림에서 자발적으로 영업 면에서 많이 도와주신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회사는 나아질 것 같다. 수치상으로 영업이익이 올해 흑자 전환해서가 아니라 분위기 전환에 대해 구성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룹에서도 사실은 업에 계신 분을 우리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이러한 안정감을 고려했을 것이다.

      -회사채 주선 실적을 쌓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2~3년 전만 해도 신용등급이 아무리 좋아도 회사채 10년물은 소화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만기가 장기화됐고 그래서 수수료 수익이 줄고 있다. 아무래도 회사채 발행규모가 늘지 않을 것이고 시장이 위축될수록 자금 조달 수요도 움츠러들 것이다.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만약에 수수료가 계속 떨어진다면 이 시장은 레드오션화 될 수 있다. DCM 부문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ECM과 구조화 쪽에서 딜을 많이 하려고 한다. DCM에 집중했던 SK증권 IB가 그 외 부문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을 예정이다.

      -그룹이 자본시장에서 워낙 많이 움직이는데 채권 인수실적 올리는데 도움되지 않나

      안타깝게도 리그테이블는 순위는 떨어지고 있다. 그룹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그룹 내 일정 물량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정보노출 가능성 때문에 KT나 LG그룹의 딜들은 진행하지 못하는 등 잃는 것도 있다.
       
      -ECM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은


      ECM 비즈니스가 사실은 'all or nothing'이다. 회사채는 관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기업공개는 기업이 평생에 한번이라 굉장히 날카로워진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검증할 방법도 쉽지 않다. 벽을 허물고 영업을 해 놓으면 예정된 시점에 상장하는 곳들이 10%도 안된다. 그러나 신임 사장님께 어렵더라도 길게보고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2~3년 시간을 달라 했다. 팀을 다시 형성하고 있다. 희망퇴직하면서 몇몇 직원들이 나간 이후 새로운 직원들도 뽑고 있다. 이후 몇몇 딜의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내년과 내년 이후에 성과가 나올 걸로 예상한다. SK증권 IB는 크게 변화해야 한다. ECM 부문에서 수익 회복이 안 되면 전체 IB가 어려워질 것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열기가 뜨거운데


      최근에 스팩 성공사례들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팩을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들의 마인드도 달라졌다. 우리도 이달에 공모청약이 예정돼있다. 성장(그로쓰) 측면에서 뚜렷한 게임·모바일·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SK플래닛으로부터 콘텐츠 정보도 얻고 있다. 기업들에는 우리가 FM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스팩 열기가 다소 과열됐는데 시장의 큰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DCM 이외 부문의 올해 실적은 어떤가


      PI·PE 부문은 협조가 되는 부분들이 많다. 여러 규정들로 활동범위를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잘하고 있다. 어드바이저리는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 팀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도 ECM 부문이 커지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작은 규모의 몇몇 건들에 우리가 참여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전에는 천편일률적으로 회사채 발행·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을 해왔다. 지금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우리가 진행했던 SK B&T 사업부 매각건만 놓고 봐도 해운 사업부였는데 분사해서 해외상장 추진 중이다. 직원들에게 회사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잘 듣고 고민해서 우리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을 늘 하곤 한다.

      ◇학력 및 경력

      - 1982년, 전남고등학교 졸업
      - 1990년, Univ. of Illinois at Chicago 졸업
      - 1992년, Univ. of Iowa (Tippie) 졸업
      - 1999년, 대유리젠트 증권
      - 2003년, SK증권 기업분석팀
      - 2008년, SK증권 IPO팀
      - 2009년, SK증권 퇴직연금컨설팅팀
      - 2013년, SK증권 기업금융1팀장
      - 2013년~,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