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公, 주관사 '깜깜이' 채권 인수확약 요구 논란
입력 2015.01.05 11:19|수정 2015.01.05 11:19
    미달 물량 증권사들이 나눠서 인수토록 해…'매입확약' 논란
    발행금리, 민평수준 이내로 결정…주관사 교체도 가능
    금융주관사 5곳 선정·특정 증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인천도시公 "내년 상반기 차입금 규모 3兆, 최악 상황 고려한 결정" 해명
    • [12월31일 14: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지난 6월 인천도시공사의 채권이 회사채에서 특수채로 바뀐 이후 투자 수요가 살아나자 이제는 증권사들에 '과도한'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불어난 차입금을 차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인천도시공사의 해명이지만 발행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을(乙)인 증권사에 '매입확약'에 가까운 채권 인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생각이다.

      이 같은 위험 전가가 특정 증권사에 인천도시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몰아주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24일 국내 25곳의 증권사에 '인천도시공사 금융주관회사 운영계획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해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발행할 채권의 주관 증권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방공사가 수개월 치 채권 발행을 위해 주관 증권사를 먼저 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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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도시공사가 국내 30여 곳 증권사에 지난 24일 발송한 '인천도시공사 금융주관회사 운영계획 안내' 공문 중 일부. 이와 관련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최대 1000억원까지만 잔액 인수 책임이 있다"며 "가령 40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에서 2000억원의 투자수요만 확보됐다면 최종 발행규모를 3000억원으로 줄이는 식으로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증권사들에게는 최대 1000억원까지만 잔액인수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해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주관 증권사가 되기 위해 증권사들이 감내해야 할 조건들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매월 금융주관회사의 인수예정물량이 공사의 조달예정물량에 부족한 경우, 최소 1000억원 이상을 금융주관회사가 1년물 이상의 채권으로 잔액 인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요건은 증권 발행의 한 방법인 잔액 인수 방식과 유사한 듯하다. 하지만 발행 규모와 만기·조건 등이 정해지지 않은 발행 예정 채권에 대해 인천도시공사가 증권사에 무한대의 매입확약을 요구한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어떤 경우에라도 계획했던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증권사는 수백억원의 채권 인수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인천도시공사가 채권 발행 위험을 모두 증권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권을 미리 선정된 금융주관사가 인수할 경우 발행금리의 결정권이 증권사가 아닌 인천도시공사에 전적으로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때 발행금리는 발행일 전일 인천도시공사 민평 3사 평균 종가금리 이내여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 발행 전 발행사의 재무상황 악화나 지위변화로 투자수요 확보가 어려워질 시 발행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채권 가격 결정의 기본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러한 원리도 고려하지 않은 채 주관사 선정 요건을 제시했다. 상반기 중 주관사의 업무능력에 따라 금융주관회사가 교체될 수 있음도 명시했다. 운영중단 및 수수료율 역시 공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비난을 반영하듯 금융주관회사 선정 관련 공문을 배포 받은 25개 증권사 중 8곳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중 1곳은 최근 1년 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어 배제되고 2곳은 선정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고 밝혔다. 남은 5곳(동부증권·교보증권·SK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이 대표주관사로 공동 선정될 예정이다.

      주관사 선정 결과가 나오자 IB업계에서는 예상됐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동부증권·교보증권·SK증권의 선정 여부에 주목했다. 올해 6월 인천도시공사의 채권이 회사채에서 특수채로 지위가 바뀐 이후 채권 발행을 과점해 '채권발행 밀어주기 논란'이 일었던 곳들이다.

      인천도시공사가 이번 심사에서 과거 2년간 인수실적에 평가 기준의 절반을 부여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밀어주기 논란을 의식해 금융주관사 선정을 하겠다고 나온 것이고, 여타의 증권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채권 인수 조건을 붙인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인천지방공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6월 기준 순차입금이 6조5747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채권발행 시 투자수요가 모이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나 올해 5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특수채로 지위가 바뀌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형편이 나아진 인천도시공사가 이 틈을 이용해 특정 증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발행절차를 편하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인천도시공사는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채권의 규모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차입금 차환 부담이 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인천도시공사는 내년도 전체 채권 만기도래분(2조7603억원)의 91%에 해당하는 2조5370억원어치가 1월~6월 중에 만기도래한다. 이 채권 중 대부분은 지난해 1월~5월 중 발행됐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는 채권발행을 할 때마다 대표주관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번엔 6개월 동안 발행을 책임지는 5곳의 주관사를 선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채권을 포함해 갚아야 할 차입금이 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라며 "응찰률이 대폭 하락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매입확약에 가까운 증권사들의 채권 인수 의무는 인천도시공사 입장에서는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미발행 채권에 대한 1000억원 이상의 증권사 책임 인수 의무와 관련해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최대 1000억원까지만 잔액 인수 책임이 있다"며 "가령 40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에서 2000억원의 투자수요만 확보됐다면 최종 발행규모를 3000억원으로 줄이는 식으로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사들에게는 최대 1000억원까지만 잔액인수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해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방공사들의 채권 발행 과정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재정난에 빠진 지방공사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지방공기업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면밀한 발행 절차·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지방공기업법 8조와 시행령·행정자치부의 지방공사채 발행 운영기준이 사실상 전부다. 증권사와 지방 공기업간의 담합 또는 밀어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더 확산됐다.

      시장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구매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과 규정이 있지만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의 승인만 받으면 된다"며 "자금조달 부분에 대한 면밀한 감사과 관련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