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시점·규모 뒷말 무성…'오비이락' 대한항공
입력 2015.01.09 07:00|수정 2015.01.09 07:00
    2013년 세운 증자 계획, 연기되며 지주사 개편과 겹쳐
    한진해운 지원 가능성도 사실 확인 없이 부정적 시각만
    • [01월08일 17:5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5000억원 규모 공모 유상증자 발표 후 대한항공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온통 부정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왜 지금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과 지주회사 전환까지 한 굴비에 엮이며 모두 지탄의 대상이 됐다.

      대한항공으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핵심만 보면 이번 증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2013년부터의 필요에 의해, 짜여진 일정과 규모대로 실행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자구계획안에서 지난해 9월까지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채권단에 약속했다. 한진해운의 계열 편입이 우선이었다.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 회장과의 지분 정리를 8월까지 마무리하고, 곧바로 증자 준비에 착수하기로 했다.

    • 한진그룹과 최 회장 사이의 지분 관계 정리가 대략적으로 끝난 건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한진해운홀딩스가 한진해운과의 지분관계를 완전히 청산한 건 그보다 늦은 11월13일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중순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과 유상증자 주관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12월8일엔 기업 실사에 착수했고, 지난 5일 실사보고서 및 증권신고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이사회 결의를 진행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램프 리턴'은 12월5일 일어난 사건이다. 언론에 알려지며 이슈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12월8일이다. 이날 착수회의(kick-off meeting)을 갖고 실사를 막 시작한 대한항공이 조 전 부사장을 이유로 이미 시작된 거래를 멈추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시장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에 유상증자를 발표한 게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가 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대한항공이 증자를 미루는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증자는 대한항공과 채권단과의 약속이었다. 4개월여간 미뤄지며 대한항공으로선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이 900%에 육박하며 기한이익상실요건 등 재무상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조양호 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증자에서 쏙 빠졌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이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가동한 건 2013년 7월의 일이다. 공정거래법상 2년 후인 올해 7월까진 순환출자 등 지분구조 정리를 마무리해야 했다.

      지주회사(한진칼)와 사업회사(대한항공) 분할 후 1년 정도 주가를 지켜보다 적당한 시점에 현물출자를 통한 지분 정리를 진행하는 건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공식으로 여겨진다. 한진그룹 역시 이에 충실했다. 지난해 9월 한진칼 현물출자 증자를 결의했고 11월 발행을 마무리했다.

      조양호 회장 및 3세 3남매는 모두 대한항공 주식을 출자하고 대신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이는 2013년 한진칼과 대한항공 분할 당시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증자 의무에선 벗어났지만 그와 동시에 대한항공으로부터의 배당 등 주주로서의 직접적인 권리도 사라졌다. 대한항공의 실적이 나쁘면 조 회장 일가가 순수지주회사인 한진칼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배당도 줄어든다.

      증자 자금의 한진해운 지원 가능성도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된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대여금을 포함해 6500억원을 투입한 한진해운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는 게 자금 일부를 미리 지원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한진그룹 채권단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한진해운은 올해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연장되면 차환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는 회사"라며 "독립적으로 진행된 여러 사건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얽힌 것인데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악화되다 보니 비판의 주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