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證의 '오판'?…글로비스 지분 매각 실패 배경은
입력 2015.01.13 09:30|수정 2015.01.13 09:30
    글로비스 위상 하락·적은 거래량, 투자자들 "성사 어렵다"
    국내 연기금 상당수 거래서 제외…해외 앵커 이탈 '거래 무산'
    • [01월13일 08:5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실패한 핵심 원인으로 대표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전략적 오판이 언급되고 있다. 성사가 쉽지 않은 거래였음에도 국내 주요 연기금 등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해외 마케팅에만 집중했다. 결국 국내 참여가 저조해 해외의 앵커 투자자들도 발을 뺐다.

      12일 오후 글로비스 지분 13.4%가 시장에 나왔을 때 시장 관계자들은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최대 12%의 할인율 적용에도 불구하고, 글로비스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무너진 까닭이다.

      위상이 격하된 글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보는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지분 매각이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 해도 할인율 밴드 최하단인 12%까지 갈 것으로 본다" 등의 평가가 잇따랐다.

      지분을 매입한다 해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도 난점으로 꼽혔다. 글로비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5만~10만주 안팎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지분은 평균 거래량의 100배에 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회수(exit)에 곤란을 겪을 수 있었던 셈이다.

      씨티는 북빌딩(book-building) 과정에서 해외에만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글로비스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행정공제회·교직원공제회·신협중앙회 등 국내 중형급 연기금이 대부분 이번 거래에 초대받지 못했다. 수천억원의 증권사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프랍(PROP) 부서도 상당수가 이번 거래를 뒤늦게 전해들었다.

      한 연기금 투자담당자는 "씨티가 기존에 거래관계가 있던 대형 투자자 몇 곳하고만 접촉한 것 같다"며 "투자 검토 여부와는 별개로 언론에 기사화된 후에야 이런 대형 거래를 알게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씨티가 해외에 지분 상당 부분을 소화할 대형 앵커 투자자를 이미 확보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앵커 투자자가 미진한 국내 반응을 이유로 발을 빼며 1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의사를 보인 글로비스의 주가는 당분한 요동칠 전망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다시 지분 매각에 나서려면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기다려야 할 거란 평가다. 추후 다시 매각에 나선다 해도 여전히 글로비스의 위상 하락과 거래량 대비 많은 지분이라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