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개선 나선 현대차의 '현대제철' 딜레마
입력 2015.01.16 07:00|수정 2015.01.16 07:00
    글로벌 자동차업계, 석화제품 중심 경량화 추진
    석화업계 "현대제철 초고장력강판, 경량화 한계"
    • [01월13일 13:4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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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장력강판 비중 늘리면서 연비논란 일으킨 신형 제네시스(자료=현대차)

      연비개선에 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 딜레마에 빠졌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차량 경량화를 위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신소재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제철의 초고장력강판으론 차량 경량화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가 신소재 제품을 채용하게 되면 그룹 수직계열화의 시작점인 현대제철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연비'가 차량 선택의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간 연비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비과장'으로 곤욕을 치렀다. 국토해양부와 미국 환경청은 현대차의 연비과장과 관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연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25% 향상 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33~52%인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2018년까지 48~62%로 끌어올리고, 고강도 알루미늄 휠과 발포플라스틱 도어내장재 등 경량 소재의 활용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연비개선에 나선 현대차의 발목을 현대제철이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경량화가 세계적 추세인데 현대차는 여전히 '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장력강판은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에 초고장력강판 비중을 늘리면서 차체 무게가 늘었고 이는 곧 연비 저하로 이어졌다. 당시 현대차는 "연비보다 안전을 택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초고장력강판 경량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인력들 사이에선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도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플라스틱 등 신소재 개발을 시작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초고장력강판으로는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한계가 있어 현대하이스코가 철강제품 경량화뿐 아니라 신소재를 이용한 제품 경량화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최근 박사급 연구인력을 충원했다. 이들은 석유화학 업계 종사자들로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신소재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하이스코가 주력사업 중 하나로 경량화 부품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부품의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 제품의 단가가 높아 현대차가 당장 주력 차체로 채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추후 연구개발로 단가가 떨어지게 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도 신소재 개발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신소재 개발에 '올인'하기도 어렵다. 대규모 투자로 일관제철화한 현대제철은 매출의 30~35%를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현대차가 철강제품이 아닌,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경량화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대제철을 두고 석유화학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대제철이 현대차 연비개선의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다른 신소재 개발도 해나가고 있지만, 차체에서 철강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가격 등의 문제가 있어서 현재로선 철강제품 경량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