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불거지는 삼성전자 블랙베리 인수설, 왜?
입력 2015.01.16 07:00|수정 2015.01.16 07:00
    삼성, 인수하면 OSㆍ플랫폼 확장과 B2B시장 확대가능
    블랙베리, 실적과 점유율 저하…중국 제외하면 삼성이 유력한 후보
    8조원대 기회비용ㆍ이재용 부회장 승계 시점ㆍ블랙베리 자력갱생 노력 등이 걸림돌
    • [01월15일 13:5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 시도설이 또 불거졌다. 때마다 한번씩 거론되던 이슈였지만 로이터, CNBC 등 유력 외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도하면서 시장이 들썩였다가 양사의 부인으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2012년초에도 유사한 보도가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수시로 이런 이슈가 제기되는 데는 IT업계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 이 딜이 '한번쯤 검토할 만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삼성그룹에 비슷한 거래를 제안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쿼티(Qwerty)자판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린 후 오랫동안 매각설이 제기됐다. 또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서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 '갤럭시'의 위상은 2012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꺾이는 모양새다.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고, 화웨이·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업체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로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블랙베리 인수하면 이득은?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시스템(OS)에 사실상 종속돼 있는 상태다. 앞서 '바다'라는 독자개발 OS를 내놨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꾸준한 OS 독립 필요성 제기에 '타이젠'이라는 OS를 개발, 이를 탑재한 저가폰을 인도서 전격 출시했고 세계 IT업계도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역시 검증이 되지 않은 타이젠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블랙베리 OS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IT업계 관계자는 "블랙베리 OS는 현재 남아있는 OS 중 확장이 가능한, 또 삼성전자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OS인 점은 분명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블랙베리 OS는 멀티태스킹을 제공하고, 트랙휠·트랙볼·트랙패드·터치스크린 같은 특화된 입력 장치들을 지원한다. OS를 통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 그리고 애플과 같은 모바일 생태계의 구축을 바란다면 한번쯤 인수를 검토할만한 사인이란 의미다.

      특히 블랙베리의 자동차용 OS인 QNX는 BMW나 폴크스바겐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에 공급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관심이 많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블랙베리의 OS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있다.

      또 외신들이 초점을 맞춘대로 블랙베리를 통해 기업고객(B2B)시장 영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별도 암호화를 통한 강력한 보안성에 기반해 블랙베리가 진출했던 B2B와 정부 부문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관련 특허들도 역시 블랙베리 인수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베리의 IoT 관련 특허는 관심가질만한 대상이다.

      턱밑까지 쫓아 온 중국업체들에 대한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업체들이 제대로 된 OS를 확보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지금의 경쟁 우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삼성 스스로도 이런 요인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을터라 어떤 식으로든 블랙베리 인수에 대한 검토는 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강한 부인을 이어가고 있다.

    •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는데 일단 "8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투자할만큼 지금 블랙베리가 매력이 있는가"라는 점이 첫째로 거론된다.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자체 개발이나 다른 방안을 통할 수도 있는데 굳이 그만한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둘째는 현재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 마련이 한창인 민감한 상황이다. 지금 조단위 자금을 들여 블랙베리를 인수한다고 했을때 그 결과는 고스란히 이재용 부회장의 '치적' 또는 '공과'로 평가받게 된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의미다.

      ◇블랙베리, 삼성전자 아니어도 생존가능?

      2008년까지 스마트폰 최강자였던 블랙베리는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함께 지금은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지난 2013년 2분기, 블랙베리는 9억6500만달러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주당 230달러가 넘던 블랙베리는 한때 8달러때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사업부 매각 등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주인을 못찾고 있는 형편이다. 잠재적 협상 대상자로는 미국의 구글·인텔·시스코,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늘 꼽혀왔다.

      하지만 인텔은 블랙베리에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안드로이드 왕국을 이룬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다시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단말기 자체 제조에서 손을 뗀터라 블랙베리 인수에 관심을 가질 상황이 못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은게 SAP와 시스코, 삼성전자 등에 그친다. 이들 조차 블랙베리의 특정 사업부문 등에만 관심을 두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 오히려 블랙베리에 대한 구애는 중국업체들로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PC 제조사인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이후에도 레노버와 샤오미 등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하지만 블랙베리 이사회의 반대와 캐나다 정부의 보안유출 우려도 거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현지 법상 블랙베리 인수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제조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을 포함해 기업 등이 주고 받는 수억건의 암호화된 메시지를 담당하는 보안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캐나다 정부뿐만 아니라 미군과 미국의 주요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따져보면 이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게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할 경우 과거 중국 기업들과는 달리 캐나다 정부가 보안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애플 독주체제인 미국 시장에서 경쟁자 역시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고 보유현금만 70조원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LG전자의 경우 몇 년 새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데다가 인수금액을 감당할 재무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삼성전자 인수설에 대해 블랙베리는 '강한 부인'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패스포트', '클래식' 등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재기를 꿈꾸는 블랙베리가 자체 생존 가능성을 대안으로 삼고 있을 수 있다. AT&T와의 협업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와 loT 관련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추겠다는 노력도 자주 엿보인다. 이런 노력이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피인수설'이 또 불거질 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