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정의선 '이재용式' 경영권 승계 가능성 높다
입력 2015.01.21 07:00|수정 2015.07.22 09:32
    분할·합병 시나리오 힘 잃어…모비스 등 핵심지분 확보 나설 듯
    현대제철 보유 모비스 지분 매각·건설-엔지니어링 합병 등 가능
    • [01월13일 19:1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분할·합병 등 대규모 거래(big deal)를 통하기보단, 핵심 지분만 매입 혹은 승계해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행 중인 경영권 확보 방안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2일 진행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시도는 글로비스가 '지주회사'가 아닌 '승계용 자산'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지분은 현대모비스라는 데 시장의 이견이 없다. 시가총액 40조원 규모인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인데다, 현대차·기아차의 후방산업으로 이익 몰아주기가 용이한 까닭이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매각 자금으로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5.66%를 매입할 거라는 예상이 제기된 배경이다. 그룹 내 순환출자 해소라는 대의명분도 있다. 거래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정 부회장이 조만간 모비스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릴 거란 전망엔 더 힘이 실렸다.

      ◇ 계열사 분할·합병 등 '빅딜' 통한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아

      지배구조를 둘러싼 현대차그룹 빅딜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모비스 지주사 분할 후 글로비스 합병 ▲모비스-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이다. 일견 복잡하지만, 결국 정 부회장이 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의 지배지분을 가져가는 결과를 그린 시나리오다.

    • 이번 글로비스 매각 시도로 글로비스 중심 합병 시나리오 두 가지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모비스 지주사 분할 후 글로비스 합병도 여전히 언급되지만, 이는 경영권에 큰 위험을 동반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게 될 모비스 지주회사는 분할되자마자 헤지펀드 등 외부 투자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인 분할 비율(3대 7)을 감안하면 모비스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8조원 수준이 된다. 8조원짜리 모비스 지주회사의 경영권을 가지면 40조원 규모의 현대차까지 수중에 넣을 수 있다. 글로벌 투기자본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경영권 탈취까진 못하더라도, 모비스 지주회사 주가를 올려놓으면 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하기 어렵다. 합병하더라도 정 부회장이 손에 쥘 수 있는 지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기자본 입장에선 꽃놀이패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섣불리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와도 맥이 닿아있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모비스-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 의사결정을 정 부회장과 그룹 계열사 이사회가 아닌, 외부 주주들이 가져간다는 점에서 변수가 많다.

      특히 모비스의 경우 국민연금이 지분 8%를 가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정 부회장을 모비스 주주로 만들기 위한 합병에 순순히 동의할 지 미지수다. 자동차 부품업과 운송업·건설업 기업간의 결합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 정의선 보유 지분 가치 3.7兆…핵심 지분만 매입·승계할 듯

      이런 맥락에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모비스 등 핵심 지분만 매입·승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단순히 경영권 승계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모비스·현대차 지분만 가져와도 충분히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 현재 시가 기준으로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6.96%의 가치는 1조8000억원이다. 현대차 지분 5.17%의 가치는 2조원 안팎이다. 상속·증여세 최대 세율을 감안했을 때 이 지분을 정 부회장이 승계한다면 1조90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현대위아·현대엔지니어링·기아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총 가치는 3조7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몽구 회장의 모비스·현대차 지분 승계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의 폭도 넓다. 소수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할 수도 있고, 세금을 분납 신청하고 배당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대부분 상장사 지분이라 지분엔 손 대지 않고 주식담보대출로 유동성을 만들 수도 있다. 글로비스의 경우 정몽구·정의선 부자 외 계열사 지분이 없어 현실적으로 지분 전체 매각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5.66% 매입을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며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거래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합병 역시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상장 지분으로 만들어 정 부회장이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있는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