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외환銀 조기 통합 전력
신한 CEO리스크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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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20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금융권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경기 부진 속에 두 차례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각 은행들의 수익성은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올해엔 벌써부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는 실정이다.금융지주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수익성 회복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당장 외부에서 활로를 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결국 올 한해는 내부 관리를 통한 체력 비축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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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홍을 겪은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선과 LIG손해보험 인수를 계기로 비은행권 강화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과의 통합과 통합 이후 시너지가 최대 화두다.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M&A)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를 확보한 NH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간 융복합 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 조용히 1위를 지킨 신한금융지주는 안정적 리스크 관리 위에 그룹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었지만, 서진원 행장의 병세 악화로 연초부터 CEO리스크에 직면했다.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수익성 돌파구를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비은행권 강화 및 시너지로 요약된다.
작년 개인정보유출과 경영진간 다툼으로 휘청한 KB금융은 올해 여느 해보다 바쁘다. KB금융은 영업력 강화 및 그룹 비은행권 시너지 극대화에 무게를 두고 내부 관리에 여념이 없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영업력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지점장 권한을 강화하고, 계열사 대표이사 7명 중 4명을 영업통으로 배치했다. 조만간 지배구조 개선안 확정 및 사외이사 구성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비은행권 강화도 과제다. 그동안 M&A 효과를 크게 못 본 KB금융은 LIG손보 인수를 계기로 비은행권 역량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IG손보 인수로 손자회사로 편입된 LIG투자증권에 대해선 KB투자증권과 합병 또는 재매각을 두고 고민 중이다.
하나금융의 올해 최대 난관은 외환은행 조기통합이다. 지난 13일 외환은행 노조와 조기통합 본협상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파열음이 들린다. 노조는 사명변경, IT전산통합, 통합시 구조조정 여부 등을 포함한 2.17합의서 준수 방안 등의 합의를 요구했다.
하나금융이 본협상과 별개로 진행하는 통합승인신청 과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합승인신청서를 냈지만, 외은 노조와의 대화 등 하나금융의 본인가 승인까지 변수가 많다"며 "3월1일 통합기일을 못 박듯이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10월까지 IT전산통합 기일에 맞춘 IT작업, 양 은행의 화학적 통합,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 등도 하나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자본 4조4000억원의 국내 1위 증권사를 갖게 됐다.
IB부분의 강자 우리투자증권이 NH에 편입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는 평가는 NH농협금융에 부담이다. IB업무에 대한 위상 회복은 물론,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화학적 결합 및 시너지를 당면 과제로 안았다.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도 화두다. NH농협금융은 지역농협을 기반으로 증권, 보험 등 복합상품 개발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증권-은행-카드가 연계된 복합상품을 개발했고 농협지점과 연계한 귀농귀촌 지원 펀드, 통장 등도 내놓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조용히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이 비정상적으로 내홍을 심하게 겪었던 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이 잘해서 1등이 아니라, 주변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씁쓸한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경쟁사들이 적극적 영업전략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꾀하고 있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지위를 앞세워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다. 융복합 CIB, 스마트 금융, 은퇴설계 비즈니스 등 미래 먹거리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은행 임원의 계열사 겸직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룹사 간 칸막이를 없애 업무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으로, 금융지주사 칸막이 규제가 풀리면서 가능해졌다. 신한금융의 실험이 안착할 경우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중요한 시기인데 돌연 CEO 리스크가 불거졌다. 연임이 거의 확실시됐던 서진원 행장의 건강 악화 때문이다. 업무 대행자를 급하게 세웠지만 신한금융은 새로운 행장을 선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거나 해묵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신한금융의 경우 연초부터 대형 돌발 변수가 발생해 고민이 깊어졌다.
국내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은 변동성, 불확실성이 이전 해보다 증대될 것"이라며 "은행 수익성에 무게를 뒀다면,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비은행권 등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쏟는 전략을 택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