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매각, 얼마면 팔까"…황창규 회장의 딜레마
입력 2015.01.26 07:00|수정 2015.07.22 15:10
    [Weekly Invest]
    자동차세 인상안 등 리스크 여전해
    후보들, 고가인수 부담 느끼는 상황
    취임 1년 맞은 황 회장의 첫 시험대
    낮게 팔아도 고민, 안팔아도 고민
    • [01월25일 09: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렌탈 매각 본입찰이 3일 앞이다. 시장 관심사는 "누가 인수할 것 같은가", 그 다음은 "얼마에 팔릴 것 같은가"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7000억~8000억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그 정도면 KT렌탈을 인수할 수 있겠지"라는 추정치다. "내가 과연 저 가격에 KT렌탈을 사야 하나"란 각 후보의 판단은 별개다.

      이번 매각에선 유달리 적정가격 논란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KT렌탈과 이번 거래가 지닌 여러 리스크가 원인이다. 일단 '자동차세 인상안'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있다.

      ◇가격논란 우려…장기 렌터카 자동차세 인상안 시한폭탄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같은 사람에게 1개월 이상 대여된 장기 렌터카는 '비영업용'(자가용)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다.

      그동안 렌터카 업체 보유 차량은 영업용으로 구분, 1cc당 20원대의 자동차세를 냈다. 일반 자동차세 1/10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비영업용으로 간주되면 세금이 최대 14배까지 뛴다. 늘어난 세금은 렌터카 업체들이 부담한다.

      렌터카 업체들이 모두 펄펄 날뛴덕에 일단 인상안이 보류되긴 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 법안이 확정되면 문제다. 이때부터 KT렌탈 이익은 바닥으로 고꾸라친다.

      이 회사 매출 68%가 차량렌탈에서 나온다. 그 대부분이 장기렌탈이다. 그걸 기반으로 한해 320억 남짓 이익(당기순익)을 벌어들인다. 이런 이익조차도 신용등급 높은 'KT'라는 딱지를 떼면 줄어들 것이라 우려됐다. 모회사 신용등급 하락→자금 조달비용 증가→이익감소 때문이다. 이 상황에 자동차세 폭탄까지 맞으면 이익감소폭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

      정부가 인상안을 폐기한 것도 아니다. 올 초에도 당정협의가 진행됐다. 명분도 있다. '장기렌트'는 한국에서나 활성화된 독특한 제도다. 해외에선 '리스'로 분류될 수준이다. 이 제도를 활용해 세금ㆍ보험료도 내지 않고 연료값 싼 LPG차량을 자가용처럼 이용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세수부족에 시달린 정부로선 업계 반발에도 불구, '형평성'을 따져 과세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행정자치부 장관도 의지를 밝혔다. 이러면 KT렌탈 후보들이 우려한 악몽이 현실화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KT렌탈은 새로운 환경에서 리스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후보들은 입을 모은다. 하필이면 자동차세 인상논의과 매각시기가 딱 겹치면서 더 고민이다.

      ◇KT렌탈은 이익 한정된 금융업…PEF 인수부담 커

      KT렌탈이 지닌 금융업이란 태생적 한계도 고민거리다.

      M&A 매물로서 KT렌탈 강점은 '1위라는 시장점유율'과 '렌트카 업계 성장세'다. 그걸 믿고 앞으로도 꾸준한 이익을 내고, 모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사모펀드(PEF)후보라면 렌탈시장이 더 커지면 다른 기업에 더 비싸게 판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익 폭이 제한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렌터카를 사고, 고정된 마진으로 장기대여를 해서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라고 설명한다. 이익이 고만고만하니 사업구조를 크게 개선하든가 해야 현금창출력이 늘어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 제조업처럼 인력이나 설비부문에서 '구조조정'을 단행, 이익을 높일 방안도 마땅치 않다.

      특히 사모펀드(PEF)에게 이 점이 고민거리다. 어피니티, MBK파트너스, IMM PE라는 걸출한 PEF들이 참여해 있지만 이들 모두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통해 인수할 모양새다.

      하지만 블라인드 펀드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이나 기대수익률(IRR)이 높다.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인수한다고 해도 그만한 수익률을 맞출지 미지수다.

      일례로 8000억원짜리 딜에 50%인 4000억원을 투입, 인수금융 절반을 제외한 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치자. 1조원 블라인드 펀드라면 1/5을 여기에 투입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컨소시엄 구성으로는 지분 일부 재매각이나 기업공개(IPO)만으로 높은 수익을 낼지 미지수다.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로는 부담이다.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인수해야 한다.

      가격 산정중인 후보들은 이런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후보가 9곳이니 높은 가격에 잘 팔릴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낮은 가격에도 매각? vs 매각철회?…황창규 회장의 고민

      그간 KT는 KT렌탈에 대해 '1조원은 받아야지'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5년전, 3000억원에 인수한 회사를 3배 이상 받고 팔겠다는 뜻이다. 작년 11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형성된 가격은 6000~9000억원으로 범위가 넓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매물가치를 따져볼 수록 높은 가격을 써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KT가 생각한 예정가격(?)보다 낮게 인수가격이 형성된다면. 이때부터 KT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의 하나, 낮은 가격을 원인으로 매각을 철회한다면. "통신업에 집중하겠다"며 KT렌탈 매각을 선언한 황창규 회장의 대외신인도에 흠집이 날 우려가 있다.

    • 공교롭게도 입찰 하루 전인 오는 27일이 황 회장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황 회장은 전임 이석채 회장보다 존재감이 적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에겐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고, 올레(olleh) 브랜드를 확장시키고, 다각화에 앞장섰던 화려한 이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의 주요 작품인 KT렌탈 매각은 되돌리기에는 상징성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인수제안 가격이 썩 높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한다면. 그때부터는 "뭣하러 그 고생하며 인수한 KT렌탈을 그 가격에 파느냐"는 비판이 나올 모양새다.

      KT렌탈은 제한된 국내 통신시장 성장세를 극복하고 사업다각화를 노리기 위한 노력의 성과였다. 인수 이후 회사도 커졌고 비씨카드 등을 포함시키며 아예 그룹내 금융업군을 만들어냈다. 이번 매각은 이런 노력을 수포로 돌려가며 추진되고 있다. 그래놓고서 매각가격이 낮으면 명분이 줄어든다. KT가 극단적인 한계상황에 처해 파이어세일(Fire sale)을 해야 할 입장도 아니다. 이런 선택 또한 황 회장으로서는 면이 서지 않는 형국이다.

      애시당초 KT렌탈 매각 자체가 '최고경영자 교체'로 불거져 나온 딜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투자업계 평가다.

      특정 후보가 누가 보기에도 높은 가격을 시원하게(?) 제출, 매각이 뚝딱 성사되면 일은 해결된다. 하지만 지금 후보들은 '아니면 말고 가격'(Walk-away price)를 어디에 설정해야 할지, 도대체 KT렌탈 인수가격을 어떻게 윗선에 또는 투자심의에 설명하고 정당화시킬지 고민하는 판국이다. 그만큼 논리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시장의 관심은 "승자가 누구"보다는 "KT는 어떻게 할까"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