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낮아지며 고착화…무리한 단독주관 탓 씨티證·NH證 평판 깎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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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21일 17:5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증권사들이 주식인수 거래를 주관하며 단독으로 거래를 맡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며 수익성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된 까닭이다.
단독 주관 거래는 수수료를 독차지할 수 있는데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정보 보안이 비교적 쉬워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증권사가 감당해야 하는 인수 위험과 책임이 많아진다.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시장 공모 인수 거래(모집주선 제외)에서 한 곳의 증권사가 단독으로 주관을 맡은 경우는 135건 중 88.2%인 119건이었다. 공동대표주관·공동주관 등을 선임해 주관사단을 꾸린 경우는 16건, 11.8%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3년 공동주관 거래 비율 19.35%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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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거래 중 공동주관 거래 비율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고 증시 상황이 좋았던 2011년에는 18.7%였다가, 시장이 냉각된 2012년에는 거래 감소와 함께 공동주관 거래 비율도 11.0%로 뚝 떨어졌다. 2013년에는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며 19.4%로 회복했다.
지난해엔 전체 주식 인수 거래가 135건으로 2013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오히려 공동주관 거래 비율은 줄어들었다. 이는 수수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 주식 인수 거래 평균 인수 수수료율은 1.49%였다. 100억원을 인수하면 1억49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단 소리다. 이 수수료율은 지난해 1.20%로 뚝 떨어졌다. 유상증자 거래의 경우 주식 인수 거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같은 규모의 주식을 인수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줄어들자 단독 주관을 통해 수수료를 독식하려는 행태를 취한 것이다.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후려쳐 거래를 따낸 뒤 단독 주관을 맡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경쟁자를 배제해 실제로 받는 수수료 규모는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만약 발행기업의 사정 등으로 인해 인수단을 구성해야 하는 경우엔 대표주관수수료를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인수사들에게 뺏긴 인수 물량을 별도의 수수료로 보충하려는 포석이다. 2013년 총 29억3060만원이었던 대표주관수수료 규모는 지난해 총 50억1070만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이는 당분간 주식 시장의 추세로 자리잡을 거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번 낮아진 수수료율이 다시 올라가는 일은 어려운데다,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연초부터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대한항공과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NHN엔터테인먼트 모두 NH투자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임했다. 발행 거래는 아니지만,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대량매매(블록세일) 주관사 역시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단독이었다.
단독으로 진행하는 거래는 그 만큼의 책임을 주관사에 요구한다. 씨티증권은 글로비스 지분 매각 실패로 현대차그룹과의 장래 관계마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대규모 실권 탓에 유니온스틸 전환사채(CB)를 대규모로 떠안았고, 이를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합병 이슈를 틈타 회사에 다시 떠넘기며 시장의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