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태양광 사업 사실상 철수…투자금 회수 나서
입력 2015.02.03 07:00|수정 2015.02.03 07:00
    삼성SDI,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태양광사업 중단 손실 반영
    삼성정밀화학, 태양광 사업 투자금 회수 들어가
    업계 "삼성그룹,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의지 크지 않아"
    • [01월28일 11: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업황 부진에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사업을 접게 됐다. 업계에선 중장기 전략 없이 신재생 에너지 붐에 편승한 점과 그룹의 낮은 의지가 나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태양광 사업은 지난 2010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다. 당시 삼성은 태양광,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그룹의 미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장 주도적으로 태양광사업을 진행한 계열사는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이어받아 태양전지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정부와 국책 과제로 고효율 대면적 박막 태양전지 개발사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태양광 업체인 선에디슨과 손잡고 폴리실리콘 제조를 위해 합작법인인 SMP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투자 시점이 안 좋았다. 삼성이 태양광 사업 진출을 밝힌 2010년 이후 태양광 업계는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졌다.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태양광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업계가 장기 불황에 빠졌다. 재고조정, 한계기업 퇴출, 가동중단 등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 2012년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기술력이 더 필요한 박막형 태양전지로 방향을 틀었다. 이마저도 성과는 없었다. 결국 삼성SDI는 태양광사업을 중단하고 4분기 실적에 중단사업에 따른 영업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 삼성정밀화학은 태양광 사업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다. SMP는 설립 이후 줄 곳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설립 첫해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2년 20억원, 2013년엔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정밀화학은 SMP 지분 35%를 선에디슨에 넘겼다. 사실상 경영권을 선에디슨에 넘기면서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뗐다. 대신 선에디슨으로부터 자회사인 선에디슨반도체(SSL) 주식 23.19%를 삼성전자와 함께 취득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선에디슨과의 관계 유지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해 자회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3일 선에디슨반도체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520억원으로 태양광사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 차원이다. 아직 추가적인 지분매각이 결정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선 투자금 회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접으면서 말들이 많다. 미래 먹거리 사업이란 이름으로 시작은 했지만, 신재생 에너지 붐에 편승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이 태양광 사업에 의지가 있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수종 사업이라고 추진 한 것치고는 투자규모가 작았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황에선 서둘러 철수를 결정한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단 평가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태양광 붐에 편승해 추진한 경향이 있다"며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나와 차라리 발을 뗀 게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태양광사업은 2차전지가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동차 전지 분야에 투자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은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했다. 업계에선 태양광 사업에서 회수한 투자금을 2차전지 분야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전지 사업도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저유가 여파로 전기차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동차 전지 등 2차전지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태양광 사업처럼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사업이 좌우되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도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업이라 삼성그룹과 오너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투자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