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조선용 단조시장 진출에 업계 '긴장'
입력 2015.02.03 07:00|수정 2015.02.03 07:00
    [Weekly Invest]
    현대제철 SPP율촌에너지 인수시 타업체 피해 불가피
    업계 불만과 우려…"상생의지 필요하다"
    • [02월01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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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P율촌에너지 본사 전경(사진제공=SPP율촌에너지)

      현대제철의 SPP율촌에너지 인수 추진으로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조선용 단조제품 생산은 주로 중견기업급 업체들이 영위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든든한 매출처를 확보한 대기업이 경쟁사로 등장하게 된다. 기존 업체나 다른 철강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태웅·현진소재·용현BM(이상 코스닥 상장업체)·서한ENP(비상장) 등이 조선용 단조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단조 상공정에 해당하는 잉곳(Ingot)을 원재료로 써서 선박 엔진·부품 등 단조제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들 회사의 매출액 규모는 2013년 기준 각각 4101억원, 2430억원, 628억원, 1941억원 수준이다.

      조선용 단조시장은 전방산업 조선업 침체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평산은 2012년 상장폐지됐고, SPP율촌에너지도 같은해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경쟁사들의 도태로 시장 수급 개선이 기대됐다. 단조업계는 SPP율촌에너지의 회생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인수에 성공해 SPP율촌에너지 생산이 정상화할 경우 시장 경쟁강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왜 이 시장에 들어오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SPP율촌에너지는 단조제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상공정 잉곳 제강 능력도 갖추고 있다. 현대제철도 인천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잉곳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상공정에서 공급과잉이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제철의 시장 진입시 현대중공업향(向) 매출 비중이 큰 서한ENP가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데 업계 의견이 일치했다.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제철의 조선용 단조제품 주요 매출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한ENP 전체 매출의 60%가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다.

      서한ENP 관계자는 "아직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단계니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시장에 경쟁사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피해를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ENP는 한국프랜지공업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창업주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정희영 여사의 남편이다.  

      현대제철이 후판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국제강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사례가 있다. 2011년 동국제강 매출의 7.56%를 차지한 현대중공업 물량이 2012년 4.27%로 줄었다. 2013년 이후 동국제강 사업보고서에선 현대중공업이 주요매출처에서 빠졌다.   

      다른 철강업계도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범현대가 물량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는 것이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으로선 부담스럽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과연 이런 행보가 공정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수강 업체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일관화하려고 한다"며 "다른 업체들과 상생의 의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SPP율촌에너지가 파산하게 될 경우 값싼 중국산 단조가 유입되면서 시장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회사 시너지 강화 목적도 있지만 시장 정상화의 장점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