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매각, '9000억'제안 듣고 떠나는 후보들
입력 2015.02.04 07:00|수정 2015.07.22 15:10
    MBK-IMM 컨소 등 인수의사 철회 유력…롯데도 재참여 미지수
    "도저히 맞출 가격 아니다" 우려 높은 때문으로 풀이
    3파전 거론…SK네트웍스-한국타이어-어피니티
    • [02월02일 19:3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렌탈 매각이 '90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은 모양새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는 되어야 위닝 프라이스'(Winning price)란 인식이 퍼졌다. 지난주 내내 거래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던 '어피니티의 9000억원대 제안설'이 확실히 효과를 발휘했다.

      KT나 매각주관사(CS)가 공식적인 창구로 후보들에게 제안가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사자가 9000억원 제안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확실한 점은 예상과 달리 KT렌탈 매각가격이 꽤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후보는 KT렌탈 인수의지를 접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금 거론되는 가격으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상과열'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MBK-IMM 철수 움직임 …롯데도 추가참여 미지수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이 KT렌탈 인수전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내로라할 두 사모펀드(PEF)가 연합하면서 큰 관심을 끈 후보다. 본입찰에서도 평균적인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9000억원 이상은 도저히 용인할 수준의 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매각 측 연락을 기다리고 재입찰에 참여하느니, 아예 미리 인수철회 의사를 매각 측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역시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냈다. 현재 형성된 가격과 격차도 커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할 근거도 마땅치 않다.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밸류를 내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이한 점은 이들 모두 KT렌탈을 잘 아는 회사들이란 점이다.

      롯데는 2009~2010년, KT렌탈이 '금호렌터카'로 매각되던 시절 주요 인수후보였다. 당시 거래를 주도하던 임원들 상당수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아예 KT와 컨소시엄을 짜서 KT렌탈 경영권을 인수하고 운영까지 한후 재매각했던 주주였다. 어느 후보보다도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남은 후보들 중에선 '3파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 그리고 고가 인수전의 '불'을 지핀 어피니티 세 곳이다.

      SK와 한국타이어는 KT렌탈을 인수한다면 계열사 또는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만한 곳이다. 자금력도 있고 함께 할 파트너를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어피니티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KT렌탈, 과연 1조짜리 회사? PBR 3배-PER 25배

      KT렌탈은 장기렌탈 위주 회사란 점에서 '서비스업'이 아닌, 일종의  '금융업'으로 분류된다. KT라는 AAA등급의 모회사 덕에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차입, 이 돈으로 렌터카를 구입하고 장기로 빌려주면서 돈을 받는 구조다. 나중에 중고차를 처분하면서 이익을 더 늘린다.

      이런 KT렌탈 지분 100%를 9000억원~1조원에 인수할 경우. 올해 늘어날 순자산가치(NAV)를 감안해도 PBR이 3배 가량이다. 현재 대형 금융지주사 PBR이 1배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KT렌탈이 연간 400억 이익을 낸다고 해도(2013년말 당기순익은 238억원) 1조원이면 PER이 25배에 달한다.

      2009~2010년 KT와 MBK컨소시엄이 KT렌탈을 인수할 당시 가격이 3000억원이었다. 2년 반뒤에 KT에 되팔때 가치가 5300억원(100%기준)이었다. 이 회사를 몇년새 가격이 두배로 사게 되는 모양새다.

      향후 성장세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장기렌탈의 경우, 법인고객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여겨지고 있다. 다른 렌탈업체와 경쟁해서 물량을 따와야 상황에서 이익을 늘리겠다고 렌탈비용을 높게 받으면 아예 물량을 놓친다. 단기렌털의 경우, 국내에선 제주도 등을 제외하면 렌트카 수요가 적다. 여행업 활황 등을 가정해도 회사 성장세와 크게 직결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KT렌탈이 1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살 회사인가에 대한 의문은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그나마 대기업 후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가격이 높더라도 "자금 부담이 되더라도 지금 아니면 언제 업계 1위 회사를 인수하겠느냐"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모펀드(PEF)같은 재무적 투자자와 달리, 어차피 계열사로 편입해 시너지를 창출하면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다. 그렇다해도 이들 역시 일종의 '마지노선'(Walk away price)는 마련해 놓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어피니티가 왜 높은 가격을 제안했는가에 대해선 상당한 궁금증을 표명하고 있다.

      블라인드 펀드에서 요구되는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이를 만회하고자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한 높인다고 해도 회사 자체 자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통상적인 레버리지바이아웃(LBO) 형태의 인수라면 향후 KT렌탈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합병형 LBO거래라고 할 경우, 인수자를 위한 이자비용을 감내하느라 차입금이 늘고 이익 대부분은 배당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인수조건과 딜 구조가 완전히 공개된 게 아니어서 현재로선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