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글로비스 매각 7400억원 어디에 쓰나
입력 2015.02.09 07:00|수정 2015.02.09 07:00
    현대제철 보유 모비스 지분 인수 가능성
    지배력 강화+순환출자 해소 '두 마리 토끼'
    • [02월06일 09: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마련한 7400억원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후계자로서는 취약한 수준인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쓸 거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제철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이 언급된다. 경영권 승계는 물론, 순환출자 해소라는 대의명분을 갖춘 최적의 지분이라는 평가다.

    • 정 부회장은 6일 장 시작 전 보유 중인 글로비스 지분 322만여주(8.59%)를 매각해 7427억여원을 확보했다. 주가가 떨어져 지난달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처음 시도했을때 기대했던 규모(9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 자금을 활용해 그룹 내 후계자로서의 지배력을 다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다. 글로비스 지분을 제외하면 기아자동차 1.74%,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위아 1.95%가 전부다.

      정 부회장이 최우선적으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는 현대모비스다. 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 20.78%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모비스 경영권을 확보하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지배권은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5.66%의 향방에 시선이 모인다. 이 지분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한 고리다.

      정 부회장이 이 지분을 인수하면 모비스의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그룹 순환출자 해소'라는 대의명분도 얻을 수 있다. 순환출자 해소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이후 현대차·삼성·롯데 등 주요 그룹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됐다.

      물론 현재 가치가 1조3954억원(5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이 지분을 한꺼번에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블록세일 실패에 따른 글로비스 주가 하락으로 손에 쥐게 된 현금도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할 매입이나 글로비스 잔여 지분을 활용한 현금 융통 등 어떤 방식으로든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 후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29.9%다. 공동보유자 및 현대차 등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51.9%로 경영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