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떠나는 글로벌車…기아차 고민 깊어진다
입력 2015.02.09 07:00|수정 2015.02.09 07:00
    [Weekly Invest]
    단기적 손실 불가피…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19% 감소
    점유율 확대하면 "경기 회복시 호조" 시각도
    • [02월08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러시아 루블화 폭락을 두고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루블화 하락세 지속으로 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향후 안정화 시기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서방 국가들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 등 정치적 문제와 유가 하락세 지속 여부 등 변수들이 얽혀 있다. 제너럴모터스(GM)·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 등 글로벌 오토메이커들은 지난해말 러시아에서의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기아차는 자동차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기아차 러시아 판매법인은 지난달 자동차 전 모델에 걸쳐 5만~7만 루블(약 81만~114만원)가량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 세미나에선 기아차의 러시아 전략이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일부 해외 펀드매니저들은 "기아차도 러시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 기아차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 러시아 루블화 환율은 2014년초 1루블당 31.87원이었으나 연말에는 41.4%가 떨어진 18.66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1루블당 16원대까지 떨어졌다. 루블화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매출채권평가손실 등 2차적 피해도 발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철수냐, 외형확장이냐를 두고 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기아차가 러시아 영업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해 러시아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생산 차종인 프라이드(현지명: 리오) 판매에 집중하고, 러시아로 향하는 국내 수출 물량을 타 지역으로 전환함으로써 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회사가 밝힌 향후 계획이다.

      지난해 러시아 신차 판매량은 249만1404대를 기록,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그런데 기아차의 시장지배력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기아차 점유율은 7.9%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했다. 기아차 판매량 감소폭이 1.2%(판매량 19만5691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팬유럽(Pan-Europe)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여전히 시장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실적 악화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시켜 놓으면 향후 루블화가 안정되고 러시아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정서적 측면에서도 어려운 시기에 떠나는 것보다 함께 버티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기아차가 유일하게 공장을 짓는 등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러시아에서 생산된 재고를 유럽 시장에 팔고, 러시아 수출 물량을 줄이더라도 향후를 대비해서 현지 판매자들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