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녹십자 경영권 분쟁 재점화
입력 2015.02.09 18:33|수정 2015.02.09 18:33
    올해 임기 만료 3인 중 2인 "우리가 추천한 사람 선임하라"
    일동제약 "적대적 M&A 아니라면 진지하게 협의"
    • [02월09일 18: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다툼이 1년 만에 재개됐다. 녹십자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동제약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아니라면 진지하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등기이사 중 2명을 자신들의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하자"는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지난 6일 일동제약에 발송했다.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일동제약 이사회 구성원은 총 12명이다.

    •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이사는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 최영길 사외이사, 이종식 감사다. 녹십자는 이정치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자리를 목표로 삼았다. 일동제약 연구원 출신으로 전문경영인으로서 상징성이 있는 이 회장을 겨냥하는 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일동제약의 회사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안건에 반대해 부결시켰다. 당시 '단순투자'이던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분명히 했다. 다만 이사 선임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3월 정기 주총때 정연진 부회장과 3세 경영인인 윤웅섭 사장의 재선임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녹십자 관계자는 "2대 주주로서 마땅한 경영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지난해 지분을 취득하고 협력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자 했으나 대화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및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 등 최대주주 지분 합계는 32.5%다. 녹십자와 지분 차이가 3%에 불과하다. 이외에 미국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펀드가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임시 주총때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제안에 대해 "우선적으로 상호간의 신뢰 구축이 강력하게 요구된다"며 "녹십자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주제안을 진지하게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에 오는 16일까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이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일동제약 입장 전문.

      녹십자의 주주 제안에 대한 일동제약의 공식 입장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주주제안권 행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녹십자는, 그간 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의 주주권리행사가 적대적 M&A 시도가 아닌 상호 협력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습니다.

      이처럼 녹십자는 협력과 발전을 표방하고 있으나, 지난해 1월, 차입과 계열사를 동원하여 일동제약 주식을 매입,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반대한 바 있고, 이번에는 일동제약의 2014년 실적을 호도하며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M&A로 해석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주주권리행사는 오히려 일동제약의 중장기 전략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는 녹십자가 내세운 협력 취지에도 위배되는 바, 이에 대해 적대적인 M&A가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합니다.

      즉, 우선적으로 상호간의 신뢰구축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라 판단되며, 이에 대해 녹십자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주주제안을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습니다.

      녹십자 측에 이에 대한 답변을 2월 16일까지 요구하는 바입니다.